MBC 뉴스데스크 '마루타' 실험 장면… 실제 아닌 영화의 한 장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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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 사진은 1988년 중국에서 제작된 영화 ‘흑태양 731’의 한 부분. MBC는 이 사진을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 하얼빈에 있었던 731부대의 생체실험 장면”이라고 뉴스데스크를 통해 15일 보도했다.

영화의 한 장면을 역사적인 다큐멘터리 필름인 것처럼 방송한 사고가 일어났다. MBC가 15일 오후 9시'뉴스데스크'를 통해 보도한 일본군 731부대의 생체실험 장면이다.

뉴스데스크는 이날 "러시아 군사영상보안소에 있던 731부대의 자체 촬영 화면이 공개됐다"며 실험 장면과 수술대 위에서 사람의 장기를 분리해 포르말린 용기 속에 담는 장면 등을 731부대의 생체실험의 증거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장면은 1990년 국내에 개봉된 '마루타 흑태양 731'이라는 영화의 일부분으로 개봉 당시 너무 잔인하다는 이유로 삭제됐던 대목이다.

이 사실을 처음 지적한 인터넷 매체 '독립신문'의 신혜식 대표는 "영화는 컬러였으나 MBC 보도에서는 흑백으로 처리해 마치 다큐멘터리인 것처럼 시청자들의 눈을 속였다"고 비난하고 실수가 아닌 고의적으로 허위보도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립신문은 이에 앞서 MBC에서 보도한 영상과 '마루타 흑태양 731'영화는 ▶동상이 걸린 실험 대상자의 손을 둔기로 치는 모습 ▶마스크를 쓴 의사가 장기를 포르말린 통에 넣는 장면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보도 영상이 가짜인 근거를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731부대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중국 하얼빈에 있던 일제 관동군 산하 세균전 부대를 지칭한다. 36년에서 45년 여름까지 전쟁포로 및 구속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비인도적 세균.약물 실험과 생체 해부 등을 자행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MBC는 16일 오후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일부 화면은 88년 중국에서 제작된 영화 '흑태양 731'과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MBC는 러시아에서 문제의 화면을 입수했으나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한 점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과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MBC의 인터넷 사이트엔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쳤다."취재의 ABC도 지키지 못한 채 선정적인 장면으로 시청률 올리기에만 급급했다""처음부터 사과를 하지 않은 채 뉴스 중간에 슬그머니 끼워넣는 물타기 사과" 등의 글이 올랐다.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김기태 교수는 "광복 60주년이란 시점에 맞춰 한 건 올려보겠다는 과잉 취재경쟁에서 빚어진 무리수가 오보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방송위원회 심의위는 조만간 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를 논의키로 했다.

최민우.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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