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또 주인 바뀌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곧 처분할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16일 금융시장에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주간사로 미국의 시티은행을 선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환은행 주가가 한때 급등했다. 그러나 론스타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공식 부인했다.

외환은행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10월 말로 매각 제한(록업)이 풀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벌써부터 물밑 인수경쟁에 들어간 상태다. 외환은행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은행권의 경쟁구도가 확 달라지는 탓이다.

◆ 하나은행이 눈독=국내 대부분의 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사정 때문에 인수 여건은 제각각이다. 우선 우리금융지주는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국민은행에 필적하는 자산 규모를 갖추게 되지만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처지란 게 부담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작업만 해도 버겁다는 평가다. 외국계 가운데 가장 유력한 영국계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그동안 제일.서울.한미 은행 등 세 차례의 인수경쟁에서 가격을 적게 써내 모두 실패한 것이 부담이다. 최근 이 은행 존 본드 회장은 대형 금융사는 인수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을 정도다.

씨티은행도 영업망 확충을 위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지만 씨티와 한미은행의 통합이 아직 힘겨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는 하나은행으로 압축되고 있다. 11월 금융지주회사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이 은행은 2위권 은행 가운데서는 덩치가 가장 작아 반드시 외환은행을 인수해야겠다는 입장이다.

◆ 가격이 문제=너무 오른 외환은행의 몸값이 걸림돌이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외환은행 지분 50.5%를 1조3858억원에 인수했다. 16일 현재 외환은행의 시가총액이 6조7715억원에 달하므로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론스타 지분 인수에는 약 3조4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주주가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경우 2, 3대 주주도 지분 인수를 함께 요청할 수 있는 조항(드래그 얼롱)도 넘어야 할 산이다.

독일 코메르츠은행(14.6%).수출입은행(13.8%).한국은행(6.1%)이 모두 지분 인수를 요구할 경우 하나은행은 전체 지분의 85%까지 사들여야 한다. 이 경우 하나은행의 시가총액(약 5조9000억원)에 육박하는 인수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현금과 함께 주식 교환 방식을 거론하고 있지만 현금을 선호하는 사모펀드의 입장이 변수다.

외환은행이 현대건설(지분율 17%)과 하이닉스(14%)의 최대주주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두 회사 모두 부실을 털고 알짜배기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에 론스타가 프리미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