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설 종사자 인권 '열악'

중앙일보

입력

“올해 초 장애인 시설에 신입으로 온 덩치가 자그마한 선생님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선생님이 오자마자 굉장히 체격이 좋은 남자 이용자(장애인) 하나가 반항하다 쇄골뼈를 때려서 골절이 된 거에요. 이런 경우엔 위에 보고해도 ‘이용자 하나 컨트롤을 못하냐’란 질책만 받거든요. 하소연할 데도 없고 보상도 없고, 그 심정 절대 이해 못합니다.”

근무경력이 올해로 6년차 된 한 장애인 시설 생활지도원의 증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일 발표한 ‘장애인 시설 종사자 인권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시설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의 처우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장애인 시설 종사자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중 20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한 뒤 작성됐다. 장애인 시설 종사자 인권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장애인 시설 종사자 하나가 맡아야 하는 시설 장애인의 수는 평균 30명에 달했다. 인권위는 “24시간 운영되는 시설 특성상 야간근무와 초과근무가 빈번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초과근무 수당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40%에 그쳤다. 또 응답자 중 절반 가량은 근무하는 장애인 시설에 “종사자를 위한 휴게 혹은 거주 시설이 따로 마련돼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경우 대부분의 종사자들이 장애인을 사이에서 쪽잠을 자고 생활을 해야한다는 게 인권위의 설명이다. 이렇다보니 직무만족도 역시 5점 만점에 평균 3.4점으로 낮았다.

종사자들은 휴가도 가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16%가 “연차유급휴가를 전부 사용하지는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 중 80%는 “미사용 휴가일수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이직을 고민하는 종사자들이 전체의 44% 가량이었다. 여성 종사자들의 경우 대부분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시설 장애인들에게 폭언을 듣거나 할퀴거나 깨무는 등의 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월 평균 3회에 달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폭행으로 신체적 피해를 입어도 산업재해 처리가 어려운 것은 물론 해당 사건을 신고할 감독기관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시설 종사자들의 인력을 충원하고 이들의 인권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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