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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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체부자유자는 교사가 될 수 없도록 한 문교부조치는「선생님」의 역할을 지나치게 도시적으로만 파악한 느낌이다.
교사는 학생과 같이 생활해야하고, 학생의 눈에 비치는 교사는 완벽한 인간이어야 한다는 것이 교직에서 지체부자유자를 배제하겠다는 방침의 배경으로 설명되고있다.
물론 교육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교사-학생의 심신 (심신)을 통한 전인적 접촉이 필요하다. 체육활동까지를 포함해서 전과목을 담당해야하는 초등교원의 경우에는 신체적 조건이 교사가 되는 결정적 요건일수 있다.
그러나 체육과는 거리가 먼 특정과목 담당 중등교사까지도 심신이 완벽해야한다는 논리는 무리가 없지 않다. 담당과목에 대한 실력이나 교직에 대한 사명감, 그리고 제자에 대한 사랑 등 교육적 열의는 신체조건보다 더 중요하고, 지체부자유는 이처럼 소중한 교원으로서의 요건을 버릴 만큼 중요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문교부는 지체부자유가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의 조소의 대장이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또 하나의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조소의 대상은 육체적이기 보다 정신적인 것이다. 비정상적인 육체적 조건이 일시적인 조소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정신적인 내면세계가 교직에 대한 열의와 제자를 사랑하는 사명감으로 차 있는 교사는 오히려 존경의 대상이 되는 예를 흔히 보고있다.
공과대학을 다니다 실험실에서 한쪽다리를 잃은 수학선생님, 소아마비를 심하게 앓은 국어선생님이 다른 멀쩡한 선생님들 속에서도 우뚝 서서 학생들의 존경의 대상이 된 예를 알고 있다. 역경을 이겨내는 그 의지력 때문에도 그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더욱 큰 감동을 주고있다. 자난 5일 한국을 다녀간 미국 보스턴 대「존·실버」총장은 악수할 때 왼손을 내밀어 상대방을 숙연케 했다. 그는 오른 팔을 잃은 핸디캡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명문대학 총장직까지 오른 주인공이었다.
지체부자유를 포함한 장애자의 사회진출기회를 보장하고, 그들을 돕는 일은 최근 세계각국의 가장 중요한 국정지표가 되고있다. 그 같은 추세를 역행, 이들을 외형만으로 교단에서 제외시키겠다는 것은 인도주의에도 어긋난다. 재고가 있어야 겠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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