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제니친, 가명 쓰며 극비 방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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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연합】『수용소군도』발표를 계기로 74년 소련당국으로부터 국외 추방돼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고있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알렉산드르· 솔제니친」씨가 지난달 16일 일본을 비밀 방문, 현재 여행을 하고 있으나 그의 거동은 철저한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일본경호당국과 초청자인 라디오 일본사 측은 지난40년 역시「솔제니친」처럼 국외 추방돼 멕시코에서 암살된「트로츠키」의 재판을 방지하기 위해 것 해외여행지로 일본을 택한「솔제니친」의 신변노출을 철저히 막으면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솔제니친」자신도 때로는 가명으로, 때로는 변장으로, 또 심지어 어떤 때는 복면을 뒤집어쓰고 여행을 하고있어 그의 얼굴은 TV·신문들을 통해 일본사회에 잘 알려져 있어도 좀처럼 세인의 눈에 드러나지 않고 있다.
「솔제니친」은 지금까지 나라 (나량) 교오또(경도)하꼬네(상근) 닛꼬(일광)등 일본의 유명한 관광지를 여행한 것은 물론 학교 등을 방문, 학생들의 수업광경을 지켜보기도 했다.
지난달 27일「솔제니친」은 스웨덴국적의「알렉산데르·호세」라는 가명으로 일본 야마구찌 (산구) 시에 있는 노다 (야전) 라는 한 사립학교를 방문하고 싶다고 요청, 학교당국으로부터 방문허가를 받고 학생들의 수업광경을 참관한 일이 있으나 학교선생들은 물론 학생들 중 거의가「솔제니친」이라는 사실을 안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솔제니친」은 숙소로 호텔이나 여관 등을 가급적 피하고 일반 숙박객을 받을 수 없는 일류요정에 머무르고있다.
일본 경찰당국은 소련비밀경찰(KGB)이 그의 납치를 기도할 경우 신변이 위험하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특별조치를 취하고 도청방지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데 한 경찰간부는『「솔제니친」의 경호가 최근 일본을 공식 방문했던「마거리트·대처」영국수상경호보다 더 까다로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솔제니친」은 지금까지의 일본체재 중 딱 한번 신변이 노출될 뻔 했었다.
그는 교오또 여행 중 유라시끼(창부)라는 여관에 머무르게 되었었는데 그때 이 여관에 있던 한 젊은 여인은『「솔제니친」선생이 아니냐』며 반가워하며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갑작스러운 이 여인의 질문에 놀란「솔제니친」은『나는 가끔「솔제니친」을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으나 사람이 다르다』고 딱 잡아뗀 후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솔제니친」의 경호를 맡고있는 사람들은 미국자택에서 그에게 보내오는 각종 우편물에 대해서도 개봉을 못하도록 금하고 있다. 개봉을 하다 폭발물이라도 터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
「솔제니친」은 곧 6백명의 일본 각계인사들을 대상으로 회비5만엔(약15만원)씩을 받고 특별강연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이때 너무 경비를 강화할 경우「솔제니친」의 신변이 들통이나 팬들의 사인공세를 막을 길이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너무 소홀히 하면 KGB의 공격대상이 될지도 모르는데서 라디오일본 사의 고심이 있다.
신변안전문제로 미국망명 후 한번도 해외여행을 하지 않았던「솔제니친」자신도 이번 첫 방일에 2주간의 여행기간 중 복면을 쓰고 다닌다는 조건으로 초청에 응했다고 밝힌「라디오 일본」측은 말하자면 「솔제니친」으로서는 일본방문을『목숨을 건 자유세계에의 방문』으로 생각하고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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