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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약도 되고 독도 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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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백약의 왕이라는 술도 계절을 많이 탄다. 동창회·동기회·향우회·화수회·학술대회등 각종 옥내의 모임이 잇달아 열리는 10월이 바로 그런 계절이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생활패턴이 서구화 되어가면서 스트레스와 알콜은 더욱 친밀한 관계로 되어가 우리나라에서도 알콜성 위, 또는 간질환이 증가되고 있다는 얘기다. 알콜의 계절을 맞아 그 약리작용과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흔히 알콜은 흥분제라고 하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마취제나 수면제와 마찬가지로 중추신경을 억압시키는 역할을 한다.
술을 마신후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혈관중추의 억압에따라 말초혈관이 확장되기때문.
중추신경계에 대한 알콜의 효과는 혈중농도와 비례한다. 연세대의대 김원회교수(약리학)에 의하면 보통 맥주1병, 소주 반병(1홉), 위스키 두잔이면 혈중알콜농도는 0·05%에 달하는데 이정도에서는 경미한 언어행동장애, 능력과신, 자신이나 주위에 대한 환희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알콜은 뇌기능의 억제, 즉 자기통제력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알콜섭취가 늘어남에 따라 서서히 본능적 행동을 드러내게 된다.
이 0·05%수준을 넘지않는 주량이 흔히 말하는 정상인의 하루 음주권장량으로 통한다. 음주운전의 음주범위를 0·05%이하로 규정하고 있는것도 이범위를 넘어서면 속도감, 추월때의 판단, 신호판단등에 지장이 생긴다고 보기때문이다.
헐중 알콜농도가 0·1%에 달하면 모든 일이 서툴고 환경에 조화하기 힘들며 0·2%에서는 정서장애가 동반되고 잠재되어있던 콤플렉스가 폭발하여 사소한 시비가 곧잘 폭력으로 변모한다. 0·3%에서는 호흡의 불규칙, 구토, 의식혼탁, 보행불능이 되고 0·4%에서는 수술이 가능할 정도의 마취상태가 된다. 그리고 0·5%에 이르면 호홉마비로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알콜이 위와 간에 영향을 끼친다는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흔히 알콜은 위산분비를 항진시킨다고 알려져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알콜함량이 높은 술일 경우에는 오히려 위산분비를 억제시키며 위점막에 손상을 일으켜 위점막 울혈이나 염증을 유발할수 있다는 것이 김교수의 설명이다.
연세대의대 강진경교수(소화기내과)도 10∼20%의 알콜은 위점막에 경미한 변화를 일으키나 30%이상의 고농도는 위점막에 직접적인 화학적 자극을 주어 급성위염이나 미란(표피의 상처)을 발생시키고 심한 경우에는 울혈과 궤양을 일으킬수 있다고 말한다.
또 췌장효소분비를 자극시키게되어 급성췌장염의 14∼49%가 알콜때문이라고 보고되어 있다.
위안에 음식물이 있으면 알콜이 희석되므로 위점막자극이 그만큼 약화되는데 빈속에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술만 마시면 설사를 한다는사람이 있다. 이는 술중에 함유된 휘발성물질의 자극현상에 기인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또는 마시는 술에 따라 차이가 많은데 강교수는 이같은 음주후의 설사는 일종의 과민성대장염이라고 진단하고, 이것은 알콜자체의 과민성도 있지만 알콜이외의 첨가물에 따른 알레르기반응에 의한 결과라고 말한다.
알콜로 인한 간장애는 지방질, 알콜성 간염과 알콜성 간경변증으르 나타난다. 알콜은 간장의 지방합성을 촉진시키며 말초조직으로부터 지방이동을 항진시켜 지방간을 형성시키는 것이다.
음식물중의 지방질과 지방조직도 그 원인이 되는데 술을 안마실경우 다시 원상으로 회븍되는 가역적 변화가 가능하다. 술안주로 동물성 지방보다는 단백질을 많이 섭취할 것을 권하는것은 지방간의 형성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술을 마신후 따뜻해짐을 느끼게되는 것은 피부혈관확장으로 혈류량이 증가된 때문인데 이때 열방출로 실제의 체온은 떨어진다.
다량의 알콜은 중추의 체온조절기전을 억압해 체온하강을 초래하므로 특히 요즘과같은 날씨엔 술에 취한채 아무데서나 쓰러져 자는것은 위험하다.
또 섭취한 알콜은 대부분 체내에서 산화되고 섭취량의 2∼10%만이 땀이나 대소변을 통해 배설되므로 술에 취한후 땀을 흘리거나 이뇨제를 투여하는 것은 술을 깨는데는 도움이 되지않는다. 일반적으로 꿀물이나 인삼차·감등이 숙취를 푸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 해소에 아무리 술이 좋다고는 하나 요즘의 사교사회에서는 스트레스 해소범위를 벗어난 음주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술은 독이 되기도하는 것이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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