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물가·수출·성장 급격한 호전 어려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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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불황터널은 아직도 길고 먼 것 같다. 지수경기의 꾸준한 회복예고에도 불구하고 현장경제의 감은 그렇지 못하다. 본사가 30명의 기업·금융계·학계 주요인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이『내년 들어서도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출의 부진이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근본이유라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세계경제가 계속 혼미를 거듭할 전망이고 우리의 수출경쟁력도 하루아침에 향상될 수 없는 처지이니 수출에 젖줄을 대고 있는 국내경제는 계속 어려옴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자동차·시멘트·건설·철강 등 일부업종이 조금씩 호전되고 있으나 이들 역시 놀리던 기계들의 가동률이 다소 나아졌다는 정도다 (서재관 상업은행 상무).

<본사설문 조사>
건축허가면적이 부쩍 늘어나 청신호를 켜고있으나 이것이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김승유 한국투자금융상무) .
투자의욕이 생겨나서 새 건물을 지으려는 것이 아니라 저금이하에서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부동자금들이 실물투기로써 건축허가면적을 늘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 서서히 고개를 들고있는 내수 쪽 역시 그동안의 각종부양책과 돈을 푼 덕분이라고 보고 얼마안가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진단했다(홍인기 대우조선사장) .
수출부진이 역시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우리경제 구조상 내수가 앞장서 본 일이 없고 따라서 수출이 돌파구를 열지 못하는 한 투자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 .
내년도 수출목표 2백50억 달러 달성도 문제지만 근본적인 수출경쟁력 제고 없이는 그것이 최고의 상한선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신용장 내도액의 감소현상이 말해주듯이 수출은 내년상반기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며 특히 기업들의 재고감소현상은 경기회복의 조짐이 아니라 내용을 따져보면 덤핑판매를 통한 재고처리 결과라는 것이다(강흥구 현대중전기 전무).
이 같은 점등을 들어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금년도 6%, 내년도 7·5%의 경제성장에 대해 다소 주저하는 반응을 나타냈다.
처방 논에 있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기업들은 거의 물가가 다소 오르더라도 금년에 이어 내년에 가서도 경기부양책을 정부가 펴나가야 한다는 주장인데 반해 업계는 시간이 더 걸리고 고통스럽더라도 무한정의 구제금융을 계속해 나갈게 아니라 한계기업은 자연도태 시켜 나가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했다.
한편 금년물가는 정부예상대로 5%선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내년물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쪽이 많다.
부양책을 펴고 돈을 풀 경우 그동안 눌려있던 물가가 한꺼번에 오를 요인들이 잠재해 있다는 것이다(김선길 중소기업은행장).
최소한 10%수준이라는 예상(김경덕 미도파 부사장 등)이 가장 많았다.
그리나 현재의 가동률이 워낙 낮은 상태이므로 내수가 일어나고 돈이 풀린다하더라도 내년물가는 계속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견해(이회성 동자부 자문위원) 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내년 물가가 15%정도 오르더라도 실업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집중적인 경기부양책이 절실하다는 주장(박은태 미주산업회장) 도 나왔다. 한가지 희한한 점은 금리에 대한 기업가들의 태도다. 돈을 빌려 쓰는 입장이면서도 현재의 금리수준이 너무 낮다는 생각, 따라서 조만간 금리가 올라갈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는 반응들이다.
명목금리는 낮아졌으나 실세금리와의 심한 괴리현상 때문에 오히려 자금조달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자금코스트가 늘었다(홍인기씨) 고 말한다.
투자마인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도 발등의 불끄기에 급급하다는 반응들이었고 금리인하로도 투자유발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오히려 투자의욕을 되살리는 관건은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롤 높여 기업들로 하여금 장래를 예측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라는 지적들이 많았다(어준선 약품공업협동조합이사장 등) .

<설문에 응해주신 분>
구본호(한양대 대학원부원장)김선길(중소기업은행장) 홍인기(대우조선사장) 박용상(대한상의 이사) 박정희(삼성중공업 전무) 허준(외환은행국제금융부장) 박은태(미주산업회장)김광두(서강대 교수) 이근수(삼보증권 전무) 조경호(증권업협회 부회장) 김승유(한국투자금융 상무) 서재관(상업은행 상무) 정찬인(삼미사 기획부장) 이회성(동자부 자문위원) 손길승(선경전무) 최규원(금호실업 부사장) 강흥구(현대중전기 전무) 어준선(약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윤정희(롯데강사 전무) 이춘배(삼환기업종합조정실장)김경덕(미도파 부사장) 이상운(대한선주전무) 양유석(동양맥주상무) 손정삼(동아제약 사장)김명하(해태기획 상무) 홍정길(코오롱건설사장)계창호(경남기업 전무)이상철(삼익주택이사)임윤식(국제증권 조사부장)전홍강(전경련 조사부장)이상 30명. <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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