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실제로 나아지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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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수경기는 꾸준한 회복을 예고하고 있다. 불황권에 빠져든 79년이후 3번째의 반등세다. 80년4월과 81년11월에도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는가 했으나 곧 힘이 빠졌다.
정부당국이나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도 이번에는 틀림없이 회복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고 내년들면 본격화될 것을 장담하고있다.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가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선 지수상으로 좋아진 쪽부터보자. 가장 활기를 띠고있는 것은 건설부문이다. 장차의 건설경기를 말해주는 건축허가면적이 금년 8월말 현재로 따져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무려 27·5%가 늘어났다.
최근들어 부동산에 돈이 몰리니, 투기가 일어나니 하는등의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는 숫자다.
제조업체들의 생산·출하와 소비성향도 그동안의 연속적인 급락세에서 일단 벗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또 돈이 많이 풀리고 있는것도 경기를 좋게 할것이라는 판단에 큰몫을 하고있다.
그러나 최근의 회복세가 앞서 두차례 경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문제다. 앞서의 경우는 내수는 꼼짝 안한 대신 다행히도 수출이 20∼30%씩 늘어나면서 그런대로 경기를 지탱해 나갔으나 최근의 회복세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있다.
내수쪽은 그런대로 살아나고 있으나 수출이 벽에 부딪치고 있는것이다. 그것도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기에 더 불안한것이다.
수출주문을 나타내는 LC(신용장)내도액은 7월의 3·9%감소에 이어 8월의 6·0%, 9월 2·2%(25일현재)로 3개월째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지않은가.
그동안 우리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밖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왔었는뎨 이젠 거꾸로 안쪽에서 다스 숨을 돌리려하자 밖에서부터 막혀들고 있는 셈이다.
79년 불황초반의 전략이 수출에서 발동을 걸어 침체된 내수를 끌어 올리자는 것이었는데 발동기자체에 이상이 생긴 격이다.
투자부문 역시 아직 관망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건설투자가 최근들어 이상열기를 뿜고 있으나 내용을 뜯어보면 설비투자와 연결되는 공업용 건축허가면적은 여전히 부진하다. 금년들어 주거용이 36·7%, 상업용이 21·1%씩 각각 늘어난 반면 공장을 짓겠다는 건축허가면적은 오히려 작년보다 12·3%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금년들어 기업들이 새기계를 설치하는 것은 약간 늘어나고 있다. 국내수주와 수입기계를 합치면 작년 이맘 때까지보다 약10%정도 더 늘어난 수준이다.
소비쪽은 다른 부문에 비해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해온 셈이다. 지난 6월에 5%까지 늘어났던 서울 도소매액지수는 지난8월 0·6%로 다시 떨어졌으나 금년 추석이 10월에 낀것을 감안한다면 9월들어 다시 늘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점 역시 그동안의 내핍에서 비롯된 제한된 소비증가로 보여진다. 금년들어 8·8%가 감소한 전체 수입인중에서 식료품류를 비롯한 소비재 수입이 33%나 즐어든 것을 봐도 그렇다.
결국 내수확대는 제한되어있고 수출로 활로를 찾아야할 입장인데 이것이 잘 안되니 문제다. 그동안의 우리 경제의 사이클을 봐도 경기상승은 항상 수출호조를 동반해왔기 때문이다.
최근의 각종 지표들이 비교적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은 통화증발의 덕택임을 부인할수 없다. 사채파동이후 기업들의 자금사정악화로 한때 위기설마저 나돌았던 7,8월의 부도율(서울지방)이 오히려 0·08%, 0·06%등으로 극히 안정된 지수로 나타난 것도 구제금융의 응급조치덕분인 것이다.
기본적인 문제는 이같은 응급처치된 환부의 심각한 증상은 통계숫자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제대로 조속히 치유된다면야 더할 나위없이 다행이다. 그러나 이것이 계속 시간을 끌면서 무리한 처방을 요구할 경우 경제는 현실과 지수와의 괴리를 넘어서 더 근본적인 왜곡현상을 초래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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