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년] 백두·한라 성화 상암서 하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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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측 인사(中)와 북측 인사 2명이 14일 서울의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8.15 민족대축전에서 민족화합을 위한 성화를 봉송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14일 오후 5시50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백두산과 한라산에서 채화된 성화가 하나로 합쳐졌다. 8.15 민족대축전 개막식장의 스탠드를 꽉 메운 6만5000여 명 관중의 마음도 하나로 뭉쳐진 듯했다. 진행 미숙으로 성화대에 불이 붙지 않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오히려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 한반도기 수놓은 행사장=상암 월드컵경기장에는 파란색과 하늘색, 흰색 셔츠를 입은 관중이 흰색에 파란색 지도가 새겨진 한반도기를 흔들며 '하나'라는 글씨를 연출했다.

남측 당국대표단장인 정동영 장관은 축사에서 "한반도의 운명을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손으로 개척해서 이 땅에서 영원히 전쟁의 가능성을 종식시키자"고 말했다. 북측 당국대표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는 "우리 민족끼리가 제일이고 우리 민족끼리가 제일 좋다"고 했다.

행사장에는 내부 비리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현대아산 김윤규 부회장이 나와 김 단장 등 북측 당국대표단과 인사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김 부회장은 "환영한다는 말을 건넸을 뿐 딴 얘기는 없었다"며 확대 해석하지 말라고 했다.

개막식 식전행사인 민족대행진에서는 정 장관과 북측 김 단장이 대형 한반도기를 앞세운 채 행진했다.

◆ "남북축구 큰 골 차이는 본프레레 감독 때문"=개막식과 남북 통일축구를 마친 뒤 이해찬 총리 주최로 총리공관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는 통일축구 결과 남측의 3대0 승리가 화제에 올랐다. 정동영 장관은 "2대1만 돼도 좋았는데 차이가 너무 났다"며 "본프레레라는 감독이 외국인인데 그 사람이 요즘 너무 몰리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20년간 민주화 운동하면서 분단을 악용하는 군부독재를 없애야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며 "이곳 총리공관도 민주화 투쟁의 결과로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 "3동(東)이 힘을 합치자"=북측 당국.민간대표단은 이날 낮 고려항공 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승용차와 버스를 이용해 숙소인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로 이동했다.

북측 민간대표들 중 남자는 대부분 정장 차림이었고, 여성들은 정장을 입은 축구대표단을 빼곤 울긋불긋한 한복을 차려입었다.

정 장관이 10여 분간의 환담에서 "농사는 잘돼가느냐"고 묻자 북측 김 단장은 "다 지원도 해주시고… 지원을 잘 해줘서… 민족 통일과 단합에 경제협력이 좋다는데… 어려울 때 돕는 게 동포"라며 남측의 비료.식량 지원에 거듭 감사했다.

북측 대남 라인 실세인 임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은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나란히 앉았다. 정 장관이 "두 분이 함께 앉아 있으니 형제 같다"고 하자 임 부부장은 "통일로 함께 가는데 쌍둥이면 좋지요"라고 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정 장관과 임 부부장은 지난 6월 평양에서 임 전 원장까지 세 사람이 만나 '3동(東)회'를 만든 이야기로 말을 이어갔다. 이름에 '동'자를 모두 쓴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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