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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한국 메세나 20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03호 04면

‘다카라즈카(寶塚)’는 여성들만 출연하는 일본의 가극단 이름입니다. 그렇게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홍승찬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카라즈카는 원래 효고현에 있는 마을 이름입니다. 오사카의 우메다와 다카라즈카를 잇는 철도를 완성한 한큐전철은 이 작은 온천 마을에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남성들만 등장하는 전통 예술 ‘가부키’ 대신 여성들만 등장하는 공연을 새로 만들었죠. 1913년 다카라즈카 창가대가 처음 결성됐고 24년 전용 극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인물이 고바야시 이치조(小林一三·1873~1957)입니다. 한큐전철의 창립자였던 그의 문화에 대한 안목과 열정과 지원 덕분에 다카라즈카는 일본을 대표하는 무대예술이 됐죠.”

한 사람, 한 기업의 힘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키워냈다는 이야기는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프랑스어 ‘메세나’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로마제국의 마에케나스(Gaius Clinius Maecenas·BC 70~AD 8)도 이미 오래전 그런 길을 걸어간 사람이죠.

한국메세나협회(회장 박용현)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26일 저녁 제 15회 한국메세나대상 시상식을 했습니다. 올해의 대상은 음악상을 제정해 젊은 음악인을 후원해온 대원문화재단(이사장 김일곤)이 받았습니다. 문화의 가치를 알고 예술 지킴이를 자처한 모든 기업들에게 큰 복이 내리길.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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