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기금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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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사협의회가 설치되어있는 전국 1백인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사내 근로복지기금제 운영방안」은 근로환경의 개선에 기여하자는 대책의 하나로 생각된다.
노동부가 내놓은 복지기금의 내용을 보면 4천7백개의 해당 사업체에 법인세공제전의 순익중 5%를 기금으로 적립하라는 것이다.
이런 복지기금의 설치방안은 그동안 논의되어오던 근로자 복지향상책의 일환으로 나온 것 같다.
여기서 우리는 우선 복지의 개념이 어떤 것이며 우리가 지향해야할 바가 무엇인가를 먼저 깊이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복지국가(welfare state)를 이루자는 것은 현대국가의 공통된 목표이다.
복지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복지수준(level of welfare)이란 용어를 쓰고있지만 명확한 정의를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좀더 구체적으로 복지의 뜻을 풀어보면 협의로는 사회보장수준을 말한다.
노령이나 신체장애자 등 생활무능력자의 생활을 보호해준다든가, 의료혜택을 베푸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광의로 해석하여 주택, 생활환경 등 물적 시설에서부터 교육, 안전, 정신적 행복감까지를 포함한다.
이같은 해석에 근거하여 선진국들은 복지수준의 향상에 힘써왔고 어느정도 사회보장제도가 정비되고는 있으나 반면에 기업 내지는 근로자의 의욕저하, 고부담으로 인한 경제성장의정체라는 역작용도 일고있다.
그래서 강력한 정책수단이 유효하다는 종래의 입장을 고수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 정책개입폭의 축소를 요구하는 「작은 정부」논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요컨대 복지에 대한 관점이나 감각은 개인에 따라 다르고 국민성, 역사성에 따라 다르며 경제금전단계의 상위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경제발전 단계에 비추어 성장우선이냐, 복지를 포함한 분배우선이냐 하는 문제가 먼저 귀결되고 그에 맞추어 제반정책도 정립되어야할 것이다.
우리의 견해로는 이제 중진단에 진입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장차 분배의 몫을 크게 하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추구가 최우선 과제로 확립되어야한다.
성장과 분배가 조화되어야하고 성장의 과실이 국민에게 균등하게 돌아가야 한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는 없다.
다만 지나치게 분배를 강조한 나머지 성장저해요인이 생겨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이번 근로자복지기금도 외견상 매우 합당한 방안처럼 여겨질지 모르나 몇가지 결함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이미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좋은 중·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7만여개 사업체, 2만여개 법인체가운데서 가장 근로조건이 낫다고 할 수 있는 4천여개 업체가 더욱 호조건을 구비할 경우, 위화감이 깊어질 소지가 없는지 검토해볼 일이다.
또 의료보험도 그렇지만 복지기금도 기업과 근로자에게만 부담시키고 공공자금은 전혀 출연치 않고 있다.
정부예산이 복지부문에 돌릴 수 없을만큼 국방, 치안, 경제개발 투자욕구가 강한 티에, 기업만이 자체부담으로 복지를 실현하라는 것은 설득력이 모자란다.
기업은 생산을 하고 재투자를 하여 경영실적을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있다.
그렇게 해서 좋은 제품을 적정가에 공급하고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보장해줌으로써 국민경제의 양적 및 질적 성장을 실현해 나간다.
각 기업의 필요, 능력에 따라 근로조건을 개선해 가는 것은 물론이다.
그것이 바로 근로자를 위한 복지의 실체다. 좀더 경제를 발전시켜 투자여력을 보유하게 되었들 때 복지를 전면에 내세워도 늦지는 않다.
노동부의 복지기금제는 공공부문이 참여해야 본연의 기금이 되는 것이지 기업과 근로자가 스스로 재원을 조달하라는 방식으로는 의의가 반감된다.
우리는 과도한 욕구를 자제하고 경제성장을 제일의에 두면서 안정기반을 구축하여 국민경제가 인플레이션의 피해로부터 안전하게 격리되도록 하는데 주력해야한다.
성장을 하면서 인플레이션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야말로 참된 의미의 공평한 복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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