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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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작가마다 자기가 집중적으로 다루는 주제가 있다. 농촌문제·노사문제·내면추구·분단문제등으로.
물론 다양한 주제를 성공적으로 소화해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작가라면 꼭 애써 그려내고 싶은 세계가 있는 것이다. 유재용씨에게 그것은 일제와 해방, 6·25로 인한 민족의 비극속에 휩쓸려 들어갔던 인간들과 그들의 실향문제이다. 『한많고 뼈아픈 민족의 현대사가 한가정에 상처 큰변화를 주고 민족은 지금도 분단의 아픈을 겪고 있읍니다.』
유씨는 한가정의 붕괴는 이제 새로운 세대에 의해 어떤 식으로든지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고 파악한다. 그의 이번 작품『그림자』에서 과거의 불행을 반추하고 있기보다는 새로운 삶에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비추고 있는 것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금까지 유씨가 그려온 세계는 과거 지향적이고 서술적인 것이라고 하겠다.
『고목』에서 공산정권에 의해 땅을 잃은 아버지의 죽음을, 『내우상 쓰러지다』에서 독립운동에 실패하고 좌익운동에도 실패한 형을, 『누님의 초상』에서 인간미를 잃어버린 냉혹해진 누님을 그리는등 가족사적 소설로 지난시대의 인물들을 부각시켜왔다.
그러나 긴 세월이 지난 지금 그러한 평면적인 이야기가 과연 무엇을 거두어 들일 수 있겠는가를 유씨는 생각하게 되었다고한다.
『이제는 하나의 가족사에서 민족사를 끌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보다 적극적인 역사이해라고나 할까요.』
그가 그의 소설에서 실향의 의미를 추구하게 된것도 이때문인것같다.
그자신 지난47년 12살의 나이로 월남하고 또 피난민으로 고생하면서 실향의 아픔을 맛보았지만 유씨는 이러한 실향을 개인적인 향수로 보지않고 민족의 실향으로 그의 작품속에 확대시켜 나가려하고 있다.
월남한 사람들이 갈수없는 땅을 생각하는 것은 확대하면 우리 모두가 그땅에 가지못한다는 것이 되는 것이다.
다소간 개인적인 체험의 기초위에 소설을 써온 유씨는 『꼬리달린 사람』, 『가발』 『어떤 생애』등에서는 문명 비평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기계화·산업화하는 세계와 원시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세계를 대비시킴으로써 인간적인 세계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를 써보려했지요.』
앞으로는 소설적 구성이 잘된 소설, 서정성이 있는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유씨는 말한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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