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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의 히딩크' 안종관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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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 안종관 감독(中)이 부평 숙소에서 INI스틸 여자축구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부평=조성준 대학생 사진기자, 후원 canon

"지방으로 전지훈련 가면 동네 조기축구회에서 '한판 붙자'고 제안이 와요. 과거에는 여자대표팀이 조기축구 팀과 자주 경기를 했다고 하는데, 저는 '절대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태극마크를 단 대표선수로서 자존심과 명예는 스스로 지켜야 하니까요."

"남자 중학교 팀이라면 할 만합니다. 동아시아대회를 앞두고 남자 중학교 팀을 꺾었어요. 자신감을 채우고 대회에 출전했죠."

7일 끝난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여자대표팀은 2승1무로 우승을 했다. 남자 팀이 2무1패로 꼴찌를 해 초상집이 됐지만 여자는 15년 만에 중국과 북한을 잇따라 꺾고 '탈 아시아'를 향한 가능성을 열었다.

'우승 제조기'에다 '여자축구의 히딩크'라는 별명까지 얻은 안종관(39) 대표팀 감독은 "우승 비결은 체력.조직력과 정신력"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정신력이란 바로 '여자축구의 부흥과 대표선수로서 명예를 위해 쓰러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11일 소속팀인 INI스틸 여자축구팀 숙소에서 안 감독을 만났다. 인천시 부평구의 아파트에서 안 감독은 20여 명의 '꽃밭' 속에 살고 있다. 경기장에서는 독사 같은 눈빛으로 선수들을 장악하지만 평소에는 정도 많고 웃음도 헤프다.

김결실.송주희 등 대표선수들은 "감독님은 훈련 중에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숙소 정리정돈을 제대로 안 하면 불같이 화를 내지만, 연습 때는 별로 웃기지도 않은 개그맨 흉내를 내면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광운대를 졸업하고 프로팀 울산 현대에서 수비수로 뛴 그는 무릎 부상으로 일찍 선수생활을 접었다. 94년부터 인천제철(현 INI스틸)을 맡아 숱한 우승을 일궈내며 여자 선수들의 심리를 읽고 다스리는 데 '도사'가 됐다.

"여자 선수들은 훈련 때 11명 베스트에 들지 못하면 '아, 나는 필요없는 선수구나'라고 지레 생각해 훈련을 등한시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지 않다. 네가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 아느냐'라며 부드럽게 얘기해 줘야 합니다."

또 잘하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실수를 하거나 컨디션이 떨어지면 절대 야단을 쳐서는 안 되고 미묘한 신체나 감정의 변화를 짚어내 휴식과 안정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이번 대회에는 INI스틸 소속이 9명이나 차지해 다른 선수들이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박은선(서울시청)도 처음 며칠간은 말도 잘 하지 않고 힘들어 하기에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라는 책을 선물하며 다독여줬다고 한다.

안 감독은 2001년 토토컵 국제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그해 유니버시아드에서 동메달을 차지했고, 2003년 아시아선수권 3위를 해 사상 처음으로 여자월드컵에 출전했다.

한국 여자축구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있는 안 감독은 "유럽 전지훈련이나 강팀과의 평가전을 통해 수준을 높여야 한다. 3개뿐인 실업팀이 늘어나 리그를 할 정도가 되면 세계 정상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대회가 끝난 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통일축구(16일.고양종합운동장)를 준비하기 위해 12일 대표팀을 다시 소집했다.

부평=정영재 기자

***안종관 감독은 …

▶생년월일 : 1966년 8월 30일
▶선수경력 : 광운대-울산 현대
▶가족 : 최지현(38)씨와 1남1녀
▶지도자 경력
94~현재 INI스틸 레드 엔젤스 여자축구단 감독, 2001 토토컵 여자대표팀 감독(우승), 2001 베이징 유니버시아드 여자대표팀 감독(3위), 2003 아시아여자선수권 감독(3위),2003 미국 여자월드컵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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