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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신인받은 한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제의회연맹(IPU)의 내년도 총회를 서울로 유치한 것은 88올림픽에 이은 우리 외교의 또 하나의 큰 성과다. 비동맹권의 나라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공산국가들이 뭉쳐있는 IPU 로마총회에서 한국의 내년총회 주최안이 82대32, 기권 24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채택된 것은 국제무대에서의 남북대결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제적 신인이라는 점에서는 더욱 그 의미가 큰 것이다.
이건 사필귀정이다. 북한은 다른 국제회의에서와 마찬가지로 각국 국회의원들의 모임이요, 정치인들의 유엔이라고도 불리는 IPU에서도 기회있을 때마다 교조주의적인 주장으로 우리를 중상하면서 한국의 고립화를 시도해왔다. 북한의 그런 공작은 우리가 70년대에 이룩한 성장에 세계의 눈이 집중되어 한국의 국제적인 지위가 강화함에 따라서 더욱 활발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심지어는 동구권까지를 포함하는 국제사회는 오늘의 세계에서는 유례를 볼 수 없는 폐쇄사회를 고수하고 김일성 부자의 세습체제를 정착시키려고 하는 북한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게 이번 투표결과로 실증이 된 것이다.
IPU 서울총회에는 북한을 포함한 98개 회원국 모두가 초청받을 것이다. 북한은 서울총회가 열릴 때까지 공산권대표들의 불참을 위한 공작을 할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 비동맹권이나 공산국가들조차도 이념보다는 국가이익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뚜렷이 띠어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서울 총회가 북한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회의가 될 것을 확신한다.
이번에 우리가 거둔 승리는 북한에는 엄청난 충격이 될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IPU총회의 서울유치는 어떤 행운이나 우연의 소산이 아니라 우리가 꾸준히 쌓은 외교적인 노력의 결실이다.
특히 70년대 이후 우리가 적극 추진하는 과감한 문호개방정책과 대공산권 관계개선의 노력은 세계도처에서 긍정적인 호응을 받아왔다.
올림픽이나 IPU총회유치에서 우리가 다시금 음미할 평범한 교훈은 대외관계에서도 씨뿌린 것만큼 거둔다는 사실이다. 이런 교훈이 북한 사람들의 가슴에까지 닿는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IPU는 정치인들이 토론을 통해 상호이해와 국제협력에 기여하자는 모임이다. 거기서 토론되는 사안들이 각 회원국들의 정책에 구속력을 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IPU총회에 참석하는 대표들은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끼리의 접촉과 이해는 한국같이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나라에는 더욱 중요한 것이다.
가령 내년총회에 참석하는 비동맹이나 공산권 대표들이 한국의 성장한 모습과 한국국민들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열망을 직접 목격하고 귀국하면 그 파급효과는 우리의 또 다른 외교적 승리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 국회의원들의 의원외교는 그동안 비판도 받았다. 국회의원들의 해외여행은 「외유」라고 별칭되기도 한다. 적지않은 수의 국회의원들은 외국방문을 관광여행과 혼동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도 사실이다.
방문국에 도착하면 수천장씩의 그림엽서를 사서 선거구민에게 보내는 일, 쇼핑하는 일, 필요이상으로 현지 공관원들을 혹사하는 일, 회의참석보다는 관광에 신경을 더 쓰는 일 따위가 쌓여서 의원외교의 이미지 자체를 흐리게 만들었다.
근년에 와서 이런 폐단이 많이 시정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IPU 서울총회를 계기로 우리는 다시한번 의원외교의 「있을바」에 관심을 새롭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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