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이 팔방미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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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미주 신문에서 필요로 하는 기자는 서울과 달리 한가지만 할 줄 알아서는 안돼죠. 기사도 잘 써야하지만 편집도 잘해야 하고, 사진도 잘 찍고, 현상도 직접 해야하며, 교정까지 볼 줄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전천후 기자라면 사장 월급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데 정말 찾기가 힘들죠.
▲손=미주신문의 장래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한글신문에 곧 종말이 올것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미국의 유수한 신문들이 대부분 교포신문에서 출발한 것 아니겠습니까. 예를들면 프랑스에서 온 이민자들은 프랑스어신문을 내고 독일에서 온이민자들은 독일어신문을 내다가 차츰 영어로 바뀌었죠.
우리는 지금 70년대이후 매년 2만명이상이 이민오고 있는데 이들 이민이 끝날 때까지는 한국어신문이 존속할수 있다고 봅니다. 또 오늘 당장 이민 길이 막힌다해도 앞으로 20∼30년동안 한글신문이 존속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중국인들을 보면 언제 어디서나 화교신문을 발행하고 있는데 1백∼1백50년 역사를 가진 이민신문들이 많아요. 그들 신문은 또 강력한 영향력도 갖고 있어요.
또 일부 교포들중에서는 자녀들에게 억지로라도 한글 신문을 읽도록 권유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손=결국 자기 못자리판을 떠나서는 살수 없다는 얘기죠.
미국에서 성장한 2세교포들의 경우 머릿속은 미국화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인들은 우선 낮은 코, 검은 머리, 누런 피부만 보고 동양인으로 취급하지 미국인으로 봐주질 않아요. 때문에 그들이 발붙일 곳은 우선 한인사회입니다.
이럴경우 평소 한인사회를 알고, 한국의 풍습·문화·역사를 아는 손쉬운 방법은 한국신문을 보는 것이죠.
저는 이런 점에서 서울에서 신문을 만들 때보다 더욱 큰 사명감과 긍지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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