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1)YWCA60년-제78화(77)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한국이 산아제한·가족계획에 대한 관심을 가져온것이 30년은 되었다. 그러나 인구는 날로 팽창하고 있다.
상당히 교육을 받았다는 여성들도 꼭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말들을 한다. 아직도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나무라지만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한국사회의 배경과 모든 법이 아들에게만, 나아가서는 남자에만 유리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할 것이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것을 이상적이라고 입으로는 말을 하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딸만 둘이 되면 아들을 낳기 위해 또 낳아야 된다고 한다. 거기엔 많은 이유가 붙여진다. 시부모님이 대를 이을 아들이 있어야 한다고 하시기 때문이라든가, 아들이 없으면 양자를 해야 하니까 그보다는 한번 더 시도를 해서 아들을 낳게 되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자들의 아들을 낳아야 되겠다는 끈질긴 집념은 결국 이 사회에 아직도 여성의 지위, 여성의 위치가 남성 보다 훨씬 낮기 때문인 것이라고 해석된다.
해방과 더불어 많이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법적으로 혼인법·친족법·호주제도·상속법등 많은 가족관계법에서 여성의 지위가 보장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아들을 꼭 낳아야 되겠다』는 쪽으로 기울게 되는 것이다.
이태영박사는 54년 한국Y실행위원이 되면서 그가 일찍부터 주장해 오던 가족법 개정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는 여성의 지위향상, 여성의 인간화를 사명으로 삼고 있는 YWCA 같은 여성단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 이박사는 이뜻을 한국Y에 제안했다.
법을 상세히 알고 있는 이박사의 제안은 그자리에서 받아들여졌다.
이박사의 설명으로는 우선 호주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호주는 절대 남자만이 이어받을 수 있고 남자중에도 맏아들이어야 한다는 조항은 결국 아들을 낳아야만 자기아들이 손을 이어간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이에 따르는 재산상속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가족법개정에 대한 운동을 추진할 것을 55년에 결정하고 입법부인 국회에 이를 상정해줄 것을 촉구하자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큰 일을 YWCA 단독으로 하는 것은 힘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같이 일할 수 있는 몇몇 여성단체의 의사를 물어보고 힘을 합쳐 이 일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부클럽연합회·여성문제연구회·여학사협회·대한부인회·대한절제회·대한여자청년단·대한천주교부인회·대한불교부인회등 8개 여성단체들이 회합을 가졌고 국회및 정부요로에 제출할 진정서를 작성해 이를 57년11월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여성단체들은 「국회의원에 대한 호소문」을 제출했다.
결국 국회에서 다루어지기는 했지만 부분적으로 받아들여 반영시킨데 그치고 말았다.
73년 큰 진전이 없는것이 안타까와 대대적인 강연회를 개최했고, 다음해에는 범여성 가족법 개정촉진위원회를 구성하기까지에 이르렀다.
남성들이 주 구성체인 국회가 이문제를 그리 쉽게 다루어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이 길이 험할것이 예상되었지만 운동을 시작한지 27년이 지난 오늘까지 이루어지지 않음은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74년 범여성 가족법 개정촉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이 관계 위원들이 법사위원회위원장 장형정씨를 만났다. 장위원장은 상당히 친절하게 대해 주었지만 그것은 공연히 비위를 거슬릴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 것이었고 좀 어렵겠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이유는 선량들이 각자 자기가 출마한 지역의 도민이나 군민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대다수의 한국국민들 (특히 지방)은 보수적이고 유교를 배경으로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그들의 조직력이 큰것은 아니지만 5백년 뿌리박은 유교사상을 기초로한 남존여비의 사고는 아직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에도 국회는 유교적인 사고의 두꺼운 벽을 뚫지 못하고 이 운동을 묘연하게 해주고 있다.<계속>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