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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북괴, 무기가 중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 4월을 전후해 북경·동경·홍콩에서는 평양과 관계되는 이상한 조짐들이 흘러나왔다.
북괴는 김일성의 70회생일(4월15일)을 앞두고 이미 초청했던 일본의원들의 평양방문을 이유없이 취소했다.
또 북경에서는 일부의 북괴고위장성들이 김정일 후계체제정비에 반발, 만주로 망명했다는 소문이 은밀히 나돌았고, 홍콩에서는 중공당국이 홍콩을 경유한 대한3각 교역을 철저히 금지한다는 지시를 내렸다는 정보가 난무했다.
이제 알고 보니 이같은 일련의 이상기류는 당시 중공의 두 실력자 등소평(당시 당부주석) 과 호요방(당시 당주석)이 은밀히 평양을 방문했던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때만해도 서울이나 동경에서는 평양시가지의 경비가 한층 강화됐다는 사실과 함께 그런 사태의 발전은 필경 북한내부에 김정일의 권력승계와 관련한 내부투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낳기에 족했고 또 대체로 그렇게 짐작했다.
호요방 당총서기가 김일성의 북경방문 환영식에서 뒤늦게 등과 자신의 평양잠행을 밝힌 대목에 북한에 관한 우리의 짐작에 혼선을 야기하면서 왜 그들이 김의 생일을 축하하는, 명목상으로 그럴듯한 행차를 굳이 극비로 감추었고 또 5개월이 지나서야 불쑥 그 사실을 터뜨렸는가 하는 의문을 강력히 제기한다.
그런 의문의 해명을 위한 한 열쇠가 최근 드러났다. 북한이 최근 중공의 F-5전투기(소련제 미그-21기와 성능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짐)의 공급을 받고있다는 정보다.
중공은 80년말부터 북한이 무기체제를 바꾸는데 비상한 관심을 쏟고있음이 홍콩에서 탐지된 바있다. 64년께 소련제로 무기체제를 일신한 북한은 80년을 전후해 15년 정도의 간격으로 개비돼야하는 무기체재의 주기를 맞고있었다.
중공은 북한이 다시 소련제로 무장한다면 북한의 친소 선회를 막을 수 없고 그렇게되면 만주의 안보에는 치명적이라는 위구심에 사로잡혀 필사적으로 그것을 막으려 공작해왔다.
중공은 스스로 1인자의 전횡과 세습체제를 타파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수상 조자양(81년12월), 국방장관 경로(82년6월)와 군수뇌들을 뻔질나게 평양에 파견, 북한을 달랬지만 공동성명조차 내지 못했다.
쌍방간에는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던 증좌다. 그같은 이견을 타개하기 위해 등과 호는 김의 생일잔치에 이례적으로 극비로 찾아가 중공제 무기체제를 북한이 채택하는 대신 중공은 김의 권력세습을 묵인하고 중공산 원유공급을 전재로 세워진 안주지역의 대규모 석유화학공업단지에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합의를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구체적 논거는 북한의 중공제 F-5전투기 무장뿐이다. 그러나 김을 환영하는 중공당국의 배려나, 5개월이나 지나서야 털어놓은 등·호의 평양방문사실, 그리고 대한삼각무역조차 엄격히 금지하는 중공의 최근 조치 등을 보면 그같은 해석의 개연성은 높아진다.
중공이 김의 북경방문을 김의 75년 북경방문이후로 최대의 열렬한 환영행사로 맞으며 중공-북한관계를 진치의 관계로 단언하는 것을 보면 양자간에는 한때의 서먹한 관계를 청산, 제2의 밀월기로 접어들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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