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 페이스' 창업자 원시림으로 은퇴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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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8살 때 배낭을 메고 암벽 등반과 스키를 즐기러 칠레의 파타고니아를 찾았던 앳된 청년이 30년이 흐른 1991년에 다시 이곳을 찾았다. 이번엔 단순히 자연을 즐기러 온 것이 아니라 파타고니아 지역을 자비로 사들인 뒤 원시 상태 그대로를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세계적인 등산용품 전문 브랜드 '노스 페이스'를 설립해 성공적으로 이끌던 더글러스 톰킨스(사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잘나가던 자리를 내던지고 칠레의 원시림 속으로 들어와 자연보호에 매진하는 톰킨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톰킨스는 1990년 딥 이콜로지(Deep Ecology) 재단을 설립하고 노스 페이스를 처분해서 번 1억5천만 달러로 파타고니아 일대 8000㎢의 부동산을 사들였다. 이는 제주도의 4.5배에 달하는 크기다.

그는 이 땅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후 일체의 개발을 막고 있다. 일반인의 출입은 허용하지만 경작.벌목 등의 행위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 지역에 숲이 우거져있고 수자원이 풍부하며 토질 또한 비옥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곳을 개발하고자 하는 목재회사, 농업 관계자 등의 관심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게다가 지역 주민들은 자연 환경을 보존할 때 얻을 수 있는 가치에 대해선 잘 이해하질 못하고 외국인이 자기 나라에서 엄청난 규모의 땅을 샀다는 사실만으로도 쉽게 적개심을 품기도 한다.

톰킨스는 이에 대해 "환경보호 대신 개발에만 몰두하는 등 인류는 지금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벼랑을 향해 달려가는 기차에 몸을 싣고 있다"며 "정치적 논란을 피하고 싶었다면 자연보호사업에는 아예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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