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도입 착착 진행 "20조 뭉칫돈 증시 활력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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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연말로 예정된 퇴직연금(기업연금)의 도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9일 국무회의에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이 통과됐다. 기존 퇴직금 제도를 바꾸고 국민연금.개인연금과 함께 노후 보장제도의 한 축을 이룰 퇴직연금은 내년에만 10~20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에 따라 은행.보험.증권.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은 시장 선점을 위해 상품개발 등 물밑작업에 한창이다. 한편, 제도가 빨리 정착되려면 퇴직연금에 대한 과감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퇴직연금 시대 성큼=부실화를 막기 위해 일정 신용등급 이상의 금융기관만이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투자 대상 채권도 국채.지방채.통화안정증권 등으로 제한했다. 근로자가 운용 수익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는 확정기여형(DC)의 경우 주식에 대해서는 직접 투자할 수 없고, 펀드 등에 대한 간접투자도 전체 적립금의 40% 이하만 가능하다. 앞으로 관련 시행규칙이나 규정이 정해지면 12월부터는 노사합의에 따라 회사별로 기존 퇴직금 제도를 퇴직연금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퇴직연금 시장은 도입 첫해인 2006년에는 대략 12조원~20조원, 2010년에는 5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엔 활력= 퇴직연금 자금의 상당부분이 펀드 등 간접투자의 형식으로 유입되면 증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노무라 연금서비스의 오우라 요시미츠(大浦善光) 사장은 "2001년 DC형 연금제도 도입으로 안정된 자금이 많이 들어와 일본 주식시장의 리스크가 줄었다"며 "개인 투자자 저변이 넓어져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 자산운용사 등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예행 연습을 하는 등 퇴직연금 시장 선점을 위한 상품 개발에 열심이다. 미래에셋그룹은 2003년1월부터 자체적으로 확정기여형 형태의 퇴직연금제도를 실시중이며 CJ자산운용.KB자산운용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남은 문제점은=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제도가 자리를 잡으려면 관련 세제 혜택이 빨리 확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투자증권 이혁근 퇴직연금팀장은 "현행 세제로는 DC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것보다 매년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는 쪽이 세금 면에서 사용자는 물론 근로자에게 더 유리하다"며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낫도록 관련 세제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품 개발 등을 위한 구체적인 규정도 필요하다. 맵스자산운용 김승길 상품개발팀장은 "예컨데 퇴직연금이 기존에 운용 중인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지 아니면 별도의 전용 펀드를 만들어야 하는지 등이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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