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부터 모두 바로잡아야한다"-재일동포작가 김달수씨가 말하는 "일교과서서 꼭 시정해야할 부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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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재일동포작가 김달수씨(63)는 일본에서도 정상급으로 꼽히는 작가일뿐 아니라 고대 한일관계사에도 조애가 깊다. 얼마전까지 조총련에 몸담고 있다가 환멸을 느끼고 전향한 인사로 이미 우리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79년에 이미 이진희·강재언씨등과 함께『교과서에 쓰여진 조선』이란 책을 써서 일본 역사교과서의 허구성과 문제점을 지적한바 있다. 김씨에게 앞으로의 교과서 문제 대처방안등을 들어 보았다. <동경=신성진특파원>』
77년 10월21일자「아사히 저널」이 가가와 (향천) 현 다까마쓰 (고송) 시의 모고등학교 학생 2백명을 대상으로「조선」, 「조선인」 이란 말을 듣고 어떤 이미지를 느끼는가를 조사 발표한 일이 있습니다.

<허구에찬 천황사>
그결과 「어둡다」「더럽다」 「촌뜨기」「겁난다」 등 편견과 멸시에 가득찬 대답이 나왔어요. 가가와현에는 한국인이 1천97명밖에 살지 않습니다. 거의 접할 기회가 없어요.
그런데 왜 그런 이미지를 갖게 되었느냐고 물으니 부모들한테 들었다는 겁니다. 그럼 부모들은 어째서 그런 이미지를 갖게 되었느냐 하면 결국 역사교육 때문입니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이런 상태입니다. 가가와현에는 신잡신사가 2개, 그리고 조선식 산성이3개나 남아 있는등 우리조상의 유적이 많습니다. 그런데 l천년이 지난 지금 이런 의식을 갖게 됐다는 것은역사교육의 무서움을 보여주는겁니다. 지금 외교문제로까지 번졌던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는 이미 검정이 끝난 교과서는 85년부터 고치고, 새로 신청이 들어오는 교과서는 85년부터 고치겠다고 밝혔읍니다.
그러나 차제에 교과서 문제는 끝까지 추궁해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당장 문제된 부분만 고치면 먼 옛날 일은 그냥 두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것도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 원류·근원을 고치는 것이 더 중요해요. 지금 논의되는 교과서문제의 근원은 고대사에서 시작해서 일관성있게 현재까지 내려온 것입니다.
「표준일본사」 (산천출판사) 란 교과서에 보면 「조선우도 진출」이라고 해서 일본의 「야마또」(대화)조정이 4세기 후반에서 5세기초에 걸쳐 진보된 생산기술과 철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조선반도에 진출했다고 써 놓고있어요. 그러나 이것은 완전한 허구입니다. 4세기 후반에 야마또조정이란 것은 없었읍니다. 이때의 일본은「야요이」 (미생)시대라고 해서 씨족사회였어요. 그런데 일본의 인류학사들이 교과서에 이렇게 쓰고 있어요.
2년전 요미우리(정생)신문 주최로 일본사에 관한 심포지엄이 있었습니다. 이때 일본역사의 성립을 6세기까지 늦추었읍니다만 내 생각으로는 7세기라고 봐요. 더 정확하게 하자면 울령국가가 성립한 8세기라고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릅니다만.
어쨌든 자신들이 2백년이나 늦추어놓은 역사등 교과서에는 계속 4세기후반에 야마또조정운운 하거던요.
왜 이런짓을 하느냐하면 일본의 교육사상이 우민교육에 뿌리를 두고있기 때문입니다. 병정을 만든다는 교육이지요. 내가 소학교 (일본동경소학교) 다닐 때 l학급 학생 50여명중 중학진학하는 사람은 3∼4명 뿐이었읍니다. 나머지는 소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나가 일하는 거지요. 그리고 이들이 커지면 병정이 된다는 것이 대전제입니다.
일본정치는 옛날부터 대륙진출과 부국강병아닙니까. 일본의 교육은 이같은 몇가지 전제아래 실시돼 왔기 때문에 소학교 역사교육은 거짓만 가르쳤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근본은 천황제, 황국사상을 주입시키는 접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밀교와 현교가 구분돼 있었습니다. 밀교는 일반대중에게 신비한 것을 가르치는 것이고, 대학정도가 돼야 올바른것을 가르치는 현교가 되는 겁니다.
명치유신시대 공신이라던 사람들이 자기들끼리는 천황을 「다마」(옥) 라고 불렀어요. 「쓸모있는 것」 이란 뜻이지요. 그러면서도 일반 민중에게는 전황만세를 오치게 한거지요. 병정들이 비판적이 되면 전쟁이 안되거던요.
결국 일본의 역사는「역사학」과「역사교육」 이 서로 다른 이중구조로 돼있다는 얘기입니다. 교육은 철저한 밀교·우민교육이라는 사상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겁니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읍니다.

<신라 조선설까지>
일본이 1903년에 처음 만든 국정교과서의 역사책은 허구로 가득 찬 천황사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친공황후의 삼한정벌얘기를 보면 기가 찹니다. 신공황후가 신나를 치러가니까 신라왕이 「요새 동쪽에 전황이라는 존경스러운 존재가 있다고 들었는데 저 병정들은그 신병인가보다」하면서 해가 서쪽에서 뜨고 물이 거꾸로 흐르더라도 매년 조공을 바치겠다고 했다는 거예요.
옛날부터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사상을 심어주는 거지요.
이번 교과서문제의 뿌리는 거기에 있는겁니다. 따라서 고대사를 바로잡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됐다 할수 없읍니다.
지금은 민중교육시대거든요. 고등학교에까지 이런 교육을 시키는 것이 반발을 사지 않을수 없지요. 일본매스컴이 일제히 반대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볼수 있읍니다. 지난 30년간 민주주의니, 뭐니 하다 보니 그정도 비판을 하는 성과는 거둔 셈이지요.
일본정부가 교과서 내용을 바꾸고있는 또 하나의 배경은 군사국가로 가기 위한 사상적 준비라고 할수 있읍니다.
명치유신하고 나서 육군참모부가 광개토대왕처를 고치지 않았습니까. 그때부터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화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던거예요.
이번 교과서를 고친 것도 군사국가로 가기 위한 사상적 준비입니다.
지금 일본의 군사력이 세계에서 8위이지요. 아마 방위증강계획이 실현되면 3위쯤 될겁니다. 지금의 군비도 군국시대보다 상당히 큽니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켰을 때 제군능력이 5백50만t이었는데 지금은 1억2천만t이에요. 그것으로 군비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미국은 될수 있으면 소련·중공·일본을 서로 견제시키려하고 있고 그래서 일본의 방위력 증강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제 멀지않아 미국이 스톱하라고 나올겁니다.

<군국주의에 향수>
「레이건」대통령만 바뀌더라도 달라질 거예요. 일본이 너무 강해지는 것은 미국에도 안되는거지요. 미국의 지식인들은 벌써 일본을 경계하고 있어요.
얘기가 조금 빗나갔읍니다만 어쨌든 우리는 이번 기회에 일본 교과서의 잘못된 부분을 모두 고치도록해야 해요.
이런 기회가 어디 있습니까. 일본국내여론, 세계여론이 모두 한편이 돼주고 있지 않습니까.
교과서 개정을 밀고 나가는데 경계해야할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정부 레벨에서는 지금 동맹국이거던요. 동맹국이니까 너무 곤란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나올수 있읍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민간레벨이나 언론사이드에서도 이것을 철저히 취급해야합니다.
일본사람들 말이 교묘하거던요. 검정제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며 시간을 끌고 있는데 우리가 언제 검정제도 얘기 했던가요. 검정제도라면 내정문제지요.
교과서에서 한국문제를 어떻게 취급하고 있느냐를 문제삼는것 뿐입니다.
또 한가지 지적한다면 「교과서 문제는 일교조와 문부성의 싸움이다」 고 하는 말이 있는데요. 우리는 문제를 그렇게 봐서는 안돼요. 자기들끼리 싸우든가 말든가 그것은 내정문제예요. 거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일교조는 역사문제를 제대로 다룬일 없습니다. 모두 똑같은 사람들이에요.
중공이 「서서히 고쳐도 좋다」는 언질을 주었다는 보도가 있는데 나는 중공이 그렇게 나오리라고는 보지 않아요. 만약 중공이 실제로 그런 식의 타협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우리에게도 영향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국이 물러설 필요는 없지요. 한국이 강경하게 나가면 세계여론의 지지를 받을수 .있다고 봅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지적한 24개항목 l백27개 왜곡된 부분을 모두 고치라고 해야 합니다.잘못된 역사를 고치는 것이 우리뿐 아니라 일본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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