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 대사관점거 범인4명 체포|인질5명 모두 구출|스위스경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베른UPI·AP=연합】스위스주재 폴란드 대사관에서 발생했던 인질극은 스위스 경찰이 9일 하오5시42분(이하 한국시간) 대사관을 전격적으로 기습공격, 남아있던 인질 5명을 무사히 구출하고 무장한 범인 4명을 모두 체포함으로써 사건발생 72시간만에 막을 내렸다.
『폴란드 애국혁명군』을 자처하는 4인조 무장특공대는 지난6일 폴란드 대사관을 점거, 대사관직원 등 13명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면서 폴란드정부에 ▲계엄해제 ▲정치범석방 ▲강제수용소 폐쇄 ▲국민탄압중지 등 4개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10일 상오5시까지 요구조건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자폭하겠다고 위협했었다.
30여명의 스위스 경찰은 인질범들의 자폭 최종시한을 하루남긴 이날 TV가 현장을 중계하는 가운데 대사관 북쪽 정면으로부터 구내로 진격, 최루탄과 충격탄을 터뜨리며 12분만에 인질전원을 구출하고 범인들을 모두 체포하는 『완전한 승리』를 거두었다. 사상자는 한사람도 없었다.
쿠르트·푸르글러 스위스법무상은 무장특공대의 지도자가 전과자이며 『정치적 야망』에 흘린 폴란드인 플로리안·크루시크(42)로 확인됐다면서 그는 반정투사로 변신하면서 역사적 영웅의 이름을 딴 『비소츠키 대령』으로 행세해왔다고 말했다.
스위스 경찰은 통상적인 음식물을 공급하는 형식으로 범인 3명을 입구쪽으로 유인, 음식물상자 속에 넣은 위장폭탄이 터지는 것을 신호로 헬밋과 방독면을 착용한 진압경찰 35명을 대사관 안으로 진입시켜 최루탄과 충격탄을 터뜨렸다.
범인들은 10분후부터 두손을 머리에 얹은 채 속속 바깥으로 뛰쳐나왔으며 잔여인질 5명도 경찰의 품에 안겼다.

<음식물로 위장한 폭탄상자 넣어준 뒤 원격조종해 폭발즉시 특공대가 덮쳐>
○…이날 범인들에게 아침식사를 날라다 주는 흰색 호송차 1대가 대사관 현관앞에 멎자 곧 음식배달부 복장을 한 한 남자가 먼저 흰색의 작은 물건을 현관앞에 옮긴 후 다시 차로 돌아와 이번에는 음식이 들어있는 듯한 알루미늄상자를 현관앞에 갖다 놓았다. 바로 이 상자 속에 폭발물이 들어 있었다.
상자를 나른 남자가 차로 돌아오자 곧 운전사가 차에서 뛰어내렸고 두 사람은 몸을 숙이면서 피해 달아났다. 바로 이때 폭발물이 터져 대사관 현관문이 날아갔고 이와 동시에 헬밋에 방탄조끼와 방독면을 착용한 기동경찰이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20명의 기동경찰이 대사관 안으로 뛰어들어간 후에도 10여차례나 폭음이 계속 울려퍼졌다.
푸르글러 스위스 법무상은 음식과 신문을 날라다준 사람과 운전사는 바로 위장한 경찰관들이었다고 밝혔다.
푸르글러 법무상은 또 음식물이 담긴 알루미늄상자 속에는 최루탄과·충격탄이 숨겨져 있었으며 원격조종에 의해 폭발되었다고 밝혔다.
○…주범인 자칭 비소츠키 대령의 본명은 플로리안·크루시크(42)이며 그는 지난 68년6월 오스트리아에서 폴란드 난민들에 대한 스파이행위를 한 죄로 10개월 징역형을 받고 복역했는데 이때 그는 법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폴란드 정보장교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는 복역을 마치고 풀려난 직후 69년4월 다시 2명의 남자와 함께 무장을 하고 보석을 털었으며, 이때 보석상주인의 20세된 딸을 발가벗겨 누드사진을 찍어감으로써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위협하기도 했다.
그는 그후 경찰에 잡혀 다시 9년간 감옥에서 살았으며 78년5월 출감한 뒤 스위스에 건너와 한 스위스여인과 결혼, 영주허가를 받았다.
○…범인들은 스위스당국에 3백만 스위스프랑(10억5천만원)과 안전한 스위스 탈출을 요구했는데 이들이 탈출 후 행선지로 잡은 곳은 중공과 알바니아였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대사관 안으로 들어가 1시간정도 범인들과 대면했던 요제프·보헨스키 신부(80)에 따르면 범인들은 현금을 요구했으며 대사관 안을 마치 요새처럼 방비해 두었더라는 것. <외신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