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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저소득층 세금 더 낮춰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발표된 82세제개편안은 내국세부문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우선 농민이 내는 농지세부문이 제외되었다는 것이 아쉽다. 개인생활과 관련된 중요내용으로는 소득세율의 인하 및 저소득층의 부담경감, 상속세의 보완 등을 들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형편은 가계나 기업 할것 없이 모두가 매우 어려운 상태에 있다. 나라살림 역시 허리띠를 죄다 못해 국채를 올해에는 3천억원, 내년에는 5천억원이나 발행해야할 형편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재정적자를 무릅쓰고 감세조치를 단행하겠다는 것은 매우 잘하는 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나라살림도 따지고 보면 대개가 우리네 가계나 기업을 위해 하는 일이라 예산을 무작정 줄이거나 부채를 나라안팎에서 얻어쓰는 일은 곤란하다. 그러기에 정부가 예산을 최대한으로 긴축하고 국채발행을 각오하면서도 소득세와 상속세부담을 줄이려고 애쓰고 있는 것은 일견 대견하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이번 세제개편에서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로 고소득층을 위해서는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10%포인트나 줄여줌으로써 종합소득세의 최고세율이 16·66%나 낮아지게 되었는데 왜 저소득층에 대한 세액공제는 5%내지 10%포인트밖에 늘리지 않았느냐 하는 형평의 문제가 있다. 둘째는 상속세와 증여세의 경우에도 역시 이와 같은 경향이 나타나서 이 또한 소득계층간 부담의 형평문제가 뒤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세율대로라면 연간6천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은 종합소득세를 49·6%내지 76·3%의 높은 세율로 물어야 하는데 이들에겐 이번 개정으로 그 부담률이 16·66%내지 22·8%나 대폭 줄어든데 반해, 연간 6백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은 그 부담률이 불과 8·5%내지 18·5%밖에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세제당국자도 이런 사정은 알지마는 이번 세제개편의 첫째 목적이 지금 우리가 겪고있는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인의 투자의욕을 고취시켜 경제활성화를 기하자는 것이고, 그 결과로서 투자·고용·생산이 늘게되면 소득과 세금이 늘어 가계·기업·정부가 모두 잘살게 될 것이므로 세제상의 불공평을 일반국민이 잘 이해하고 참아주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기억컨대, 우리가 77, 78년에 겪은 단군 이래의 호경기 때에도 금리나 세율은 지금보다 결코 낮지 않았다.
79년을 고비로 불경기가 밀어닥쳤으나 이는 세계경제의 불황탓도 있지만 「같은 값에 좋은 상품」을, 「남이 만들지 못하는 우수한 상품」을 우리가 개발, 생산하지 못했다는 데도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굳이 기업인들의 투자의욕을 고취시켜 경기불황을 타개하려 한다면 값싸고 좋은 상품을 개발, 생산해서 국민경제에 도움을 주는 우수기업인들에게만 금리·세제상의 지원을 해야 옳을 것이 아닌가.
국민경제에 크게 도움도 되지 않거나 불경기를 견뎌낼 힘도 없는 기업인들까지 국민부담의 형평을 희생시키고 적자재정을 각오하면서 최고세율을 일률적으로 대폭 인하해주겠다는 것이 과연 최상의 정책일까?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우리는 경제개발계획이 착수된 60년대 이래로 항상 자본축적과 그 동원을 이유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서는 직접세의 감면이, 일반대중에 대해서는 간접세 중심주의가 불가피하다는 소리를 듣고 겪어왔다.
고도성장을 위해서는 공평분배가 당분간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오늘까지 우리 경제·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조세부담을 경감시켜 경기불황을 타개하려 한다면, 극빈자도 부담하는 생활필수품 세율을 인하하여 물가를 내리고, 저소득층의 소득세부담을 줄여 가처분소득을 늘림으로써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노리는 편이 더 현명한 경기부양책이 아닐까.
조세수입의 확보를 이유로 역진세인 부가가치세는 그냥 두고 경기부양을 이유로 소득세의 누진세를 더 악화시켜 분배의 불평등에서 오는 유효수요의 부족과 적자재정이 물고 올 재정인플레의 위험까지 각오하겠다는 것이 과연 최선의 정책일까? 이 역시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세제개편은 경제성장을 위해 「효율」을 앞세우겠다는 정부의 정책의지다. 그러나 사회복지를 위한 「형평」이 도대체 언제까지 희생돼야하는 것일까.
고금리 인하, 최고세율 인하에 따른 혜택은 내년 한해만 해도 무려 약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기대하는 대로 기업인의 투자의욕이 고취되고, 경기불황이 타개된다면 이번 세제개편에 포함된 불공평요소는 보상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이번 세제개편은 적어도 소득세부문에서 또 한번의 커다란 개악이 되었다는 역사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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