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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도청 '핵폭풍'] '도청 정국' 해법 들어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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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도청 정국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DJ정부에서도 불법 도청을 했다"는 국정원의 고백이 나오면서 정국은 그야말로 안개 속이다. 난수표 같은 정국을 풀어야 할 여야 원내대표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특별법과 특검법을 앞세워 팽팽히 맞서고 있는 열린우리당 정세균,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를 만나 도청 정국의 해법을 진단해봤다.

정세균 열린우리 원내대표
"한나라, 특별법 반대 땐 다른 야당과 협조 처리"

-DJ정부 때도 불법 도청을 했다는 국정원 발표가 있었다. 특별법 제정 방침에 변화가 없나.

"발표를 보고 나도 놀랐다. 오히려 이번 발표로 특별법 제정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정치권이 무시해선 안 된다."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불법 테이프를 공개하자는 것 아닌가.

"이번 사건은 테이프 공개 여부가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다. 국민적 공감 없이 테이프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한나라당의 특검법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현행법에 의하면 공개 자체가 안 된다. 공개를 염두에 둔다면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냥 덮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지 않는다."

-민간이 주축인 제3기구가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검찰이나 특검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면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그렇다고 정치권이 결정할 수도 없다. 정파 간 이해가 개입될 수 있다. 그래서 테이프의 운명을 정치권이 아닌, 우리 사회 원로들이 결정하도록 해 국민적 공감을 얻자는 것이다."

-테이프를 공개한다면 범죄와 무관한 내용도 공개 대상이 되는가.

"특정인의 사생활을 들춰내 뭐하겠는가. 그건 상식선에서 판단하면 된다. 다만 공개 범위를 정치권이 미리 한정하지 말자는 게 우리 주장이다. 제3기구에서 정하도록 하면 된다. 한나라당이 걱정하는 것처럼 공개 대상 범위를 특정해서 맡기자는 게 아니다."

-한나라당에선 벌써부터 DJ 관련 대목이 많을 것이라며 여권이 받을 타격도 크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어떤 것은 하고 안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해관계를 따지거나 꼼수가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한나라당이 공개 여부를 놓고 입장이 왔다갔다해 안타깝다."

-특별법에 한나라당이 끝내 반대하면 다른 야당과의 협조만으로 처리할 건가.

"그렇다."

-2일까지만 해도 테이프 공개에 신중하던 열린우리당이 3일부터 공개에 적극적인 태도로 변했다.

"사실 우리 주장은 민주노동당처럼 모두 다 공개하자는 건 아니다. 말했다시피 공개 여부, 공개 범위, 처리 방안을 제3기구가 결정하게 하고 그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모든 테이프를 공개하자는 게 아니다."

박승희 기자 <pmaster@joongang.co.kr>

강재섭 한나라 원내대표
"여당 특별법은 포퓰리즘 왜 국가 법체계 흔드나"

-열린우리당은 도청 테이프 내용의 공개.처벌을 골자로 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불법 테이프의 내용을 전면 공개해도 한나라당은 더 이상 불리할 게 없다. 오히려 김대중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곤혹스러워질 것이다."

-그러면 왜 반대하는가.

"열린우리당의 특별법안은 위헌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고, 국법 체계를 흔드는 전형적 포퓰리즘적 법안이기 때문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 또 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민간기구엔 열린우리당이 추천한 사람이 과반을 넘을 수밖에 없다. 파일의 공개 여부를 열린우리당이 결정하겠다는 얘긴데 말이 안 된다."

-파일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말자는 건가.

"우리가 추진하는 특별검사법(특검법)안에는 파일 내용을 공개할 수 있는 조항,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집어넣었기 때문에 역사적 교훈을 얻기 위한 실체적 진실에 가장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특검 요구가 시간을 끌려는 의도라고 비난하고 있다.

"적반하장이다. 검찰이 국정원을 수사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특검을 하자는 것이다."

-야 4당의 특검법안은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들도 진상규명 차원에서 모두 조사하게 돼 있다. 파일 공개가 불가피하다. 실질적으로 특별법과 차이가 없는 것 아닌가.

"특별법은 파일 내용의 공개 여부를 민간기구에 맡기자는 것이므로 특검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파일의 모든 내용을 공개하나.

"사생활 및 범죄 단서가 전혀 없는 내용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에서도 불법 도청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는데 그 이유는.

"최근 몇 년 사이에도 감청장비 구입과 관련된 예산이 많이 사용됐는데 과연 합법적 감청만 했는지 의심이 간다. 특검 수사를 해 봐야 한다."

-국정원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규명해야 할 것들이 있나.

"국정원은 도청의 역사만 조사했다. 불법 도.감청에 관한 지휘 및 보고 체계에 대해서는 전혀 조사가 되지 않았다. 김현철씨가 정말 보고서를 받았는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보고서를 어떻게 했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이철희 기자<ch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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