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 그친 「7·3조치」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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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그토록 요란스러웠던 「7·3조치」는 무기명 예금의 이자에 대한 차등과세와 신규예금의 실명화 정도로 끝났다. 이 정도라면 그동안 왜 그렇게 요란스럽게 굴어 경제에 충격을 주었는지 모르겠다.
너무 사명감만 앞섰지 하는 것이 몹시 서툴다.
이미 일어난 부동산투기 통화증발 등 경제질서의 교란은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가.
새 세법에서 반영된 7·3조치는 당초의 「혁명」에서 「상식」으로 돌아섰다.
불황을 맞은 세금부담의 경감은 워낙 빠듯한 재정사정 때문에 매우 제한적이다.
소득세 경감폭 13%는 정부측에서 보면 매우 인심을 쓴 것이지만 그동안 실질소득의 감소 속에서 어려운 살림을 꾸려온 근로자측에서 보면 미흡하다.
기업측에서 가장 바랐던 지상배당세 완화는 순이익률이 5%미만일 경우 세금을 면제한다는 선으로 낙착되었다.
공개·비공개법인의 세금차등을 없애는 대신 공개해도 좋을 대기업이 공개를 않는 것에 대해선 세금을 더 물리기로 했다. 법인세율을 공개기업보다 3%나 더 물린다든가 배당세액공제혜택을 없애는 것이 그것이다.
공고·비공개법인의 세금차등을 없앤 것은 비공개나 사실상 큰 다름이 없는 공개기업에 대해 세금을 우대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 때문이다.
법인이 생산활동에 투자하지 않고 비업무용 부동산을 사들여 이를 독차지하려는 경향이 있어 특별부가세를 대폭 올렸다.
부동산을 팔아 업무용자산을 취득하는데 쓸 경우 세금을 물리지 않으나 이러한 약속을 어기면 면제된 세금을 추징하겠다는 것이다.
세제개편안을 확정하는 막바지까지 논란을 거듭했던 것은 저소득층의 세부담 경감문제.
최고세율 인하에 따라 근로소득자의 경우 고소득층은 최고 25·7%까지 세금이 줄어들고 종합소득자도 25%나 가벼워진다. 저소득층의 세부담을 이 수준으로 낮춘다면 고소득층의 경감폭이 더 커지기 때문에 근로소득세액 공제폭을 넓혀주는 것으로 낙착되었다. 영세사업자에게도 이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근로자가 기대했던 인적 공제폭 확대는 검토대상에도 들지 않았다.
종합과세되는 사채이자·부동산 임대소득 및 배당을 가구별 합산에서 개인별 과세하는 방안이 막판에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실명거래도 실시되고 행정부담도 덜겸해서 추진해왔던 개인별 과세방안은 고액자산 소득자들의 세부담이 지나치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여론에 몰려 전면종합과세가 실시될 때까지 이를 연기하기로 했다.
상속세부담도 많이 완화되었다. 금융거래 실명화로 상속재산을 숨기려해도 숨길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증여세를 상속세와 같이 현행14단계에서 9단계로 축소하려고 했으나 사망이전의 분산증여가 생기고 이로 인해 상속세를 회피할 우려가 있어 결국 11단계로 다시 넓혔다.
업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조세감면 규제법개정은 경쟁기반의 조성과 저세율·소감면이라는 원칙고수로 또 손질되었다.
세율의 대폭인하 혜택을 받아온 중요산업들의 유보소득이 증가되고 있으므로 각종 준비금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법인세율은 크게 인하됐으나 과세대상 이익이 늘어남으로써 실제 기업이 무는 세금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전략수출산업으로 지목된 기계 및 전자업종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5%의 투자세액 공제를 할수 있도록 특전을 베풀었다.
이번 세제개편은 기업의 투자·생산활동의 유발을 조장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불가결하지만 국가재정의 측면에서 볼 때는 여러 가지 제약요건이 발생하고 있다.
세율인하로 내년에는 2천억원의 세수가 줄어들며 83년 소득분이 걷히는 84년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고려하면 약 8천억윈이나 세수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휘발유와 내구소비재에 대한 특별소비세 인하와 과세특례자 범위를 확대하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에 대해서는 아직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감세된다고 해서 경기가 회복된다는 자신도 없거니와 재정적자폭 확대로 걱정이 많기 때문이다. <최철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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