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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설악산이 유네스코의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우리 나라에선 처음이다.
「생물권 보전지역」(Biosphere Reserves)은 유네스코가 1970년 총회에서 채택한 「인간과 생물권」(MAB)계획에 따라 설정되고 있다. 「인간과 생물권」계획은 지구자원을 자연상태로 보전 연구하자는 국가간 장기계획.
「생물권 보전지역」에선 생태학에 대한 연구와 측정조사는 물론 교육, 훈련 등이 이루어지며 국제보전지역 네트워크간에 수집된 과학정보를 교환하게 된다.
유네스코는 81년말까지 55개국 2백9개 지역을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했으며 이번 6개 지역 추가지정까지 합하면 현재 58개국 2백15개 지역, 1억1천2백만㏊로 되었다.
미국의 경우는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국립공원 등 35개 지역, 영국 13, 불가리아 17, 호주 15, 이란 9, 소련 6, 일본 4, 중공 3개소가 지정돼 있다.
물론 신청이 있다고 아무 곳이나 지정되는 건 아니다. 육지 혹은 해양환경 중에서 중요한 생물군계나 뛰어난 경관만이 자격이 있다.
설악산의 경우는 그 두 가지가 모두 해당한다. 생태계의 중요한 생물군계를 이루고있고 설악조팝나무 등 다른 지역에선 볼 수 없는 식물들이 서식하는 자연적 특성이 있는데다가 일부 훼손된 자연은 보전사업에 따라 원형을 회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악산엔 현재 식물(유관속) 9백39종과 동물 1백72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설악산은 원래 설산, 설봉산으로 불려왔다. 「신성하고 숭고한 산」이란 이미지가 두드러진 산이다.
경관으론 금강산과 더불어 쌍벽을 이룬다. 천불동, 가야동 등 58개의 계곡과 토왕성, 대승 등 7개 폭포, 울산바위 등 9개 기암, 잣나무 숲과 약초지대는 특히 유명하다.
그래서 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72년 그 지역이 확장됐다.
그러나 연2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설악의 자연경관과 생태계는 크게 훼손되었다.
옥류가 흐르던 계곡은 쓰레기더미로 오염되고 곳곳의 건설공사로 산중턱이 깎이고 진흙과 바윗덩이가 꼴사납게 버려지고 있다.
에델바이스 등 희귀식물은 물론 나무의 진액까지 마구 뽑아가는 장삿속에 설악은 멍들어왔고 신음하고 있다.
한 조사보고서는 작년에 금강초롱, 털새모래덩굴, 설악산주목 등 13종이 멸종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이번 지정에 따라 그간의 피해와 충격도 조사하고 훼손부분을 복구하는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쓰레기와 빈병을 줍는 것으로 그쳤던 그간의 자연보호활동도 새로운 차원의 운동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아름다운 자연은 관광의 대상으로 끝나진 않는다. 인류와 더불어 유지되어야할 지구의 또다른 부분임을 인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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