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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앞 걷기 좋게 … 자동차는 돌아가더라도 활 모양 광장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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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010년 7월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되기 전의 인사동 거리를 화물차와 승용차가 지나가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 23일 인사동 거리를 2010년과 같은 장소에서 카메라에 담았다. 휴일을 맞아 인사동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차량 통행이 금지된 거리를 마음껏 걷고 있다. [사진 종로구청], [김상선 기자]

2004년 조성된 서울광장은 광화문과 세종대로를 보행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신호탄이었다. 이때부터 보행공간 확대와 보행권 보장에 대한 시민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6년 문화재청은 광화문 복원 계획을 내놨다. 광화문 해태상을 원래 자리에 복원하고 궁궐을 상징하는 월대(月臺·궁궐 앞에 설치된 돌기단)를 쌓아 올리는 안이었다. 일제가 도로 정비를 이유로 없앤 월대는 광화문 앞 50m까지 뻗어 있었다. 현재 광화문 바로 옆에 위치한 해태상은 월대가 끝나는 곳에서 남쪽으로 떨어져 있었다.

 당시 광화문 광장 조성 계획에 맞춰 서울시가 구체적인 광화문 복원 계획 보고서를 내놓고 문화재청이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경찰청의 반대를 넘어서진 못했다. “교통 체증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반대 여론도 거셌다. 광화문 복원 사업이 8년 만에 다시 추진된다. 승효상(사진) 서울시 총괄건축가(city architect)는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역사적인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선 광화문 앞 육조 거리(현 세종대로)를 복원해야 한다. 그 핵심은 해태상과 월대를 원위치에 복원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화문과 돈화문 앞 율곡로를 활처럼 휘게 만들어 월대를 복원하고 교통 흐름을 조금 죽여야 한다”고 했다. 조선시대 경복궁의 중앙문 역할을 맡던 광화문 앞엔 왕만이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이 있었다. 고관 대작들이 드나들던 월대는 왕실의 권위를 상징했으나 일제가 율곡로를 만들면서 사라졌다.

 월대 복원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역사성 복원과 보행 공간 확대다. 월대가 복원되고 율곡로가 곡선형으로 바뀌면 광화문·돈화문 앞 모습이 확 달라지게 된다. 보행로가 넓어지는 동시에 작은 광장이 만들어져 새로운 보행공간이 확보된다. 광화문엔 3500㎡ 정도의 소규모 공원이 조성되고, 돈화문 앞 보행공간은 2000㎡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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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는 광화문에 앞서 돈화문 율곡로부터 손을 댈 계획이다. 광화문 앞 도로의 경우 정부중앙청사를 끼고 있어 정부와 우선 협의를 해야 하지만 돈화문 앞은 교통 문제만 해결하면 공사에 들어갈 수 있다. 승 총괄건축가는 “돈화문 앞 도로도 광화문 앞과 마찬가지로 활처럼 휘게 해야 월대를 과거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다”며 “창덕궁과 종묘를 연결하는 돈화문은 그 가치가 상당한데 그간 소홀히 취급됐다”고 말했다.

 광화문·돈화문 정비와 함께 세운상가의 공중보행로 리모델링이 추진된다. 이렇게 되면 광화문~돈화문~종묘~세운상가~남산을 종(縱)으로 연결하는 보행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승 총괄건축가는 “4대문 안은 차량 통행을 최대한 억제해 보행권을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대중교통만 다니고 승용차는 통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했다.

 도심 보행길도 만든다. 우선 서대문역~경희궁~종각~종묘~세운상가~동대문을 횡(橫)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내년 본격화한다. 청계천과 을지로 지하상가라는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로수나 표지판·지하철 환기구 등을 옮기거나 없애 걷기 편한 보행로를 만들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공중전화 박스는 모두 이면도로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도심 보행길의 원형은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e)’다. 나무가 심어진 산책로라는 뜻으로, 세계 곳곳에서 벤치마킹한 대표적 성공사례다.

특별취재팀 : 뉴욕 =강인식 팀장, 강기헌·구혜진 기자, 이은정(단국대) 인턴기자 kang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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