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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따로 … 9년 만에 외통위 상정된 북한인권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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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4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왼쪽)이 김기웅 통일정책실장과 함께 답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외통위는 여야가 개별 발의한 북한인권 관련 법안 2건을 일괄 상정했다. 인권법안을 논의하자고 법안을 상정한 것은 9년 만에 처음이다. [김형수 기자]

국회 본관 401호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실. 24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전체회의에는 눈에 띄는 안건이 두 개 상정됐다. 안건 번호 14번인 북한인권증진법안(새정치민주연합 심재권 의원 대표발의)과 15번 북한인권법안(새누리당 김영우 의원 대표발의)이다. 여야가 각각 당론으로 발의한 북한인권법안이다.

 북한인권법은 한국 사회에서 이념을 가르는 주요 잣대 중 하나였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우파 진영은 “북한이라고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에 대해 눈감는 것은 이중 잣대”라고 주장해왔고, 새정치연합을 비롯한 좌파 진영은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북한 정권을 자극하기만 할 뿐”이라며 반대해왔다. 이 때문에 2005년 6월 당시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이 북한인권법안을 최초로 발의한 이래 본회의까지 올라간 적이 없다. 여야가 인권법안을 논의하자고 함께 외통위에 법안을 상정한 것도 9년 만에 처음이다.

 상황이 호전된 건 외부 변수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으로 북한의 인권 실태가 널리 알려지고, 지난 18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국제 환경이 변해서다. 그래선지 이날 여야 외통위원들은 총론에서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인권 문제는 보수나 진보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문제”라고 했고, 새정치연합 심재권 의원도 “내용에는 이견이 있지만, 북한인권법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게 절대로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각론에선 적잖은 차이가 있었다. 국회 외통위 관계자는 “두 안 모두 자유권과 생명권을 강조한다”며 “그러나 새누리당은 자유권의 연장선에서 인권을 강조하고, 새정치연합은 생명권에 방점을 두고 인도적 지원에 대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북한 주민의 인권 향상을 정부의 의무로 명시하며 법무부 산하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 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수집하도록 했다. 또 통일부 장관이 북한 인권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새정치연합은 고위층 회담인 남북인권대화를 통해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통일부 산하에 인도적 지원협의체를 두도록 했다.

 여야는 특히 대북단체 지원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통일부 밑에 북한인권재단을 둬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인도적 대북사업을 지원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김한길 의원은 “대북전단 살포 단체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통위는 27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여야가 각각 발의한 두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소위원장인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은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북한 정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다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자세로 임하면 야당과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소위원인 새정치연합 최재천 의원은 “새누리당안은 북한 내부 통제를 강화시켜 상황을 나쁘게 할 것”이라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도 배치되는 만큼 면밀히 따지겠다”고 말했다.

글=권호·정종문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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