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장애인연금 제도가 지향하는 지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그러나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조금 느릴 수도 있지만 함께 했을 때 나오는 힘은 분명 우리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얼마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찍힌 한 장의 사진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일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몸이 불편해 달리기에서 꼴지를 도맡다시피 하는 친구를 위해 앞서 달리던 반 친구들이 다시 돌아와 함께 손을 잡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사진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운동회를 더할 나위 없이 멋지게 보낸 아이들은, 그러나 혹시라도 그 친구가 동정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끝까지 고심했다고 한다. 친구를 생각하는 아이들의 진심은 그 사진을 본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를 이겨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한 장의 사진이 그토록 커다란 감동의 파장을 일으켰음을 볼 때, 어쩌면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는 경쟁보다는 배려와 공존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정부가 정한 올해 장애인 정책의 슬로건이 바로 ‘더불어 행복한 사회’다. 정책의 모습은 여러 가지겠으나 그 기본 정신은 다르지 않다. 지나치게 동정하지 않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올 7월부터 확대 시행 중인 장애인연금 정책 또한 이를 지향한다.

통계청의 2013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은 가장 원하는 복지사업으로 장애인연금 확대 및 장애수당 지급을 꼽았다. 새로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연금 제도는 수혜 범위를 종전 중증장애인 소득 하위 63%에서 70%로 좀 더 넓혔다. 기초급여액도 월 9만9000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했다.

 예산이 소요되는 복지사업은 늘 깊은 정책적 고민을 수반한다. 수혜 범위와 정도, 형평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황금비율을 찾기 위한 노력은 정책이 시행되는 가운데서도 계속된다. 물론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낮은 목소리들까지 모두 듣고 다양한 희망들을 빠짐없이 실현시키기에는 아직 손이 모자라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을 보다 촘촘히 만들어 장애인들의 고단한 몸과 행복을 지키는 것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지속적인 직업재활 교육을 실시해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도록 돕는 동시에, 연금, 복지 수당제도 등을 통해 홀로 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그 초등학교 운동회 사진으로 돌아가 보자. 아이들은 그 친구를 업거나 부축하지 않았다. 다만 함께 손을 잡고 천천히 달렸을 뿐이다. 몸이 불편한 친구는 분명 자신의 발로 결승선을 넘었다. 그리고 모두 승자가 되었다. 장애인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과 각종 공공정책들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그 한 장의 사진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