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통성 넓혀준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서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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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47명에게 서훈이 추서됐다. 3월 독립유공자로 선정된 몽양 여운형 선생 등 54명에 이어 두 번째다. 47명 중 대표적인 인사는 소설 '아리랑'의 실제 주인공인 김산과 조선공산당 책임비서를 지냈던 김철수 선생이다. 이런 조치는 좌우 갈등으로 굴절된 우리 역사를 승화시키는 바람직한 작업이라고 본다.

김산은 중국에서 '동양민족연맹' 등을 통해 독립운동을 벌였다. 1937년엔 미국의 유명한 신문기자 에드거 스노의 부인 님 웨일스를 만나 자신의 생애를 구술했다. 이를 토대로 한 '아리랑'은 한국 독립운동가의 생애를 국제적으로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철수 선생은 일제 시절 13년8개월간 옥고를 치르면서 독립운동을 펼쳤다. 해방 뒤에도 몽양과 함께 좌우 합작 운동을 하다 47년 몽양이 암살되자 낙향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북한 정권 수립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좌파였다는 이유만으로 역사의 그늘에 묻혀 있었다. 물론 치열했던 남북 간 이념 전쟁을 감안하면 지금까지는 그럴 수도 있었다. 6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라도 이 선열들을 우리의 독립운동사에서 명예 회복시킨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남북의 양 체제로부터 배척당하던 독립열사들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게 됐으니 다행이다.

이들이 사회주의 계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먼저 서훈을 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그러나 북은 이들을 외면했다. '연안파'라는 등이 그 이유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과거의 이념을 넘어 서훈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 성숙했다는 증거다.

이들은 일제 시절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성공하자 사회주의를 통해 독립을 찾으려고 했다. 이승만 등은 미국을 택했다. 이처럼 독립운동의 방식은 개인과 시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들의 공적이 해방 이후 벌어진 정치 상황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좌.우파 모두의 독립운동 공적을 열린 마음으로 인정할 때 우리의 정통성은 그만큼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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