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류마티스 관절염, 조기 진단으로 완치에 한걸음 다가서자

중앙일보

입력

강서힘찬병원
류마티스 내과
윤지열 부원장

제법 쌀쌀해진 날씨가 다가오면서 연말연시를 맞이하려는 움직임이 벌써부터 눈에 띈다. 하지만 겨울 스포츠나 파티를 기다리는 들뜬 마음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찬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오면서 관절이 더 뻣뻣함을 느끼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만성 질환은 체력과 몸의 저항력도 약화시켜 겨울철 감기나 장염도 잦은 편이며 특히 새벽의 낮은 기온은 가뜩이나 아침에 뻣뻣하고 아픈 관절염 증상을 악화시킨다.

흔히 관절염은 노년의 퇴행성 질환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류마티스 관절염의 경우 결혼 적령기 혹은 한창 활동해야 할 30대 연령층에서도 잘 발병하고 있다. 그리고 노년성 류마티스 관절염의 경우, 60대에서 높은 발병율을 보이게 되는데 퇴행성 관절염이나 외상에 의한 후유증 정도로 여겨져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가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남성보다 특히 여성에게 빈번하게 발생한다. 원인과 발병기전은 아직 완전히 밝혀져 있지 않으나 우리 몸의 면역을 담당하고 있는 면역체계가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혈액에서는 특징적인 자가면역 항체가 확인되는데, 이는 마치 우리가 예방주사를 맞고 나면 질병에 대항할 항체를 형성하여 몸에 가지고 있는 것처럼 질병이 아닌 자기 자신에 반응하는 항체를 가진다는 뜻이다.

류마티스 관절염 초기에는 손가락 손목, 발가락 등 주로 작은 관절에서 뻣뻣함과 통증이 나타나며, 병발 부위가 좌우 대칭인 특징이 있고 점차 아픈 관절 개수가 늘어나고 큰 관절도 침범한다. 질환의 매우 초기 상태에서는 방사선 촬영에서 정상으로 확인되기도 하지만, 영상에서 진단이 될 정도로 이미 관절 짓무름이나 뼈의 변형이 발생된 경우에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초기에 진단하여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단이 애매한 시기에도 혈액검사 및 류마티스 전문의의 자세한 진찰과 관절부위 촉진을 통해 조기 진단이 가능하며 일부에서는 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 검사와 같은 방법으로도 퇴행성 관절염과 구별하여 진단이 가능하다.

일단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진단되면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전문의 상담 하에 빠른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 진단 후 1년 이내에 염증을 효과적으로 억제해야 추후 경과가 양호하고 관절파괴와 같은 심한 합병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류마티스 질환에 대한 이해 부족과 효과적인 약제가 적어 약물 중단 후에도 진행이 없는 상태에 대한 기대는 어려웠으나 최근에는 여러 추적 연구에서 특히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 많게는 9~15%의 환자들은 약물중단 후에도 염증이나 통증이 없는 상태가 유지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미 개발되어 상용화된 여러 전문 항류마티스 약제들은 면역기능을 조율하여 불필요한 염증이 발생되지 않도록 유지해 준다. 일부 환자들은 경구약제 치료 6개월 이후에도 잦은 염증과 통증의 재발로 어려움을 겪는데 이러한 난치성 류마티스 질환에 대해서는 여러 생물학적 주사제제가 개발되어 있다. 이는 염증매개물질 자체를 선택적으로 차단해 주기 때문에 보다 강력하고 비교적 안전하게 예측 가능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연골주사나 관절주사와는 다르며 형태에 따라 입원을 요하는 경우부터 간편하게 집에서 피하 주사할 수 있는 형태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효과가 강력한 만큼 이득 못지 않게 약제마다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상황, 기저질환 등을 고려하여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치료 환경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관절 변형과 장애를 예방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현재는 더 나아가 약물자유-완치, 즉 약물 중단 후에도 재발이 없는 상태를 목표로 할 만큼 효과적인 약물과 질병 관리체계가 개발되고 있다. 아쉽게도 그러나 아직 모든 환자들이 다 완치되는 것은 아니며 완치의 기대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기진단이 우선이다.

또 효과적인 염증의 억제와 재발을 막으려면 적극적인 치료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아플 때만 치료하거나 염증이 지속되는 데도 진통제에 의지하여 류마티스 약제를 자의적으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완치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의 경우에도 장애를 막고 일상적인 활동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료를 포기하거나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추운 날씨 따뜻한 물에 관절을 담가 뻣뻣한 관절을 부드럽게 하듯이 혹독한 류마티스 염증도 차분히 잘 다스려 건강한 생활 유지하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