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지 문건' 열람 개인비리 폭로 아닌 과거사 청산이 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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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관이 불법으로 수집한 자료의 처리 방법을 둘러싸고 많은 진통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역사를 밝히고 올바른 정치 교육을 한다는 차원에서 제한적인 공개를 결정했습니다." 3일 베를린의 슈타지(옛 동독 국가안전부) 문서 관리청에서 만난 크리스티안 보스(사진) 대변인의 설명이다. 그는 "슈타지 문서관리법을 만들기 위해 독일 사회는 2년간 논쟁과 고민을 거듭했다"며 "역사상 참고할 만한 사례가 전혀 없어 더 힘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논쟁에서 쟁점이 됐던 사안은 무엇인가.

"1991년 12월 슈타지 문서관리법이 통과되기 이전에는 폐기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그러나 공개를 결정한 이후부터는 기술적인 문제가 많았다. 예를 들면 개인의 문서열람 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하느냐, 슈타지 자료를 정보기관이나 검찰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느냐, 혹은 언론이나 연구기관이 자료를 요청했을 때 어느 정도로 허용하느냐 등의 문제였다."

-독일에도 정보관련법이 있는데 굳이 특별법을 만든 이유는.

"슈타지 자료는 동독이라는 독재정권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따라서 통일 후 서독의 기존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라고 독일 의회는 판단했다. 그런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야 했다. 또 현행법과의 충돌도 피해야 했다. 자료보호법은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특별법이 필요했다."

-과거사 청산 차원에서 공개를 결정했으면 국민에게 내용을 다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

"큰 틀에서 봐야 한다. 독일의 과거사 청산은 슈타지의 불법행위를 밝혀 옛 동독 정권이 저지른 범죄행위를 역사의 교훈으로 삼자는 것이다. 그런 목적에 해당될 경우에만 열람을 허용한다. 어떤 특정 개인의 비리나 범죄행위를 폭로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보 제공을 극도로 제한하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위축한다는 비난이 있는데.

"대다수의 슈타지 자료는 독재 정권하에서 불법으로 수집된 것이다. 법치국가에선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를 언론 보도의 대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설사 불법으로 취득했다 해도 중대한 범죄 내용을 담고 있다면.

"원칙적으로 불법으로 얻은 정보는 형사 처벌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예외는 있었다. 과거 청산이라는 틀에서 동독의 첩자를 색출해 기소하거나 재판하는 데 활용되기도 했다. 또 수사기관이 국가의 안보를 위태롭게 했을 경우나 살인.마약범과 같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를 대상으로 열람 목적과 범위를 정해 요구할 경우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에도 불필요한 개인정보 누설을 막기 위해 매우 제한적으로 정보를 공개한다. 그래서 가끔 검찰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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