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입주 앞둔 첫 증축 리모델링 '방배 삼호 14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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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중층 아파트 리모델링의 첫 사례인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 14동이 1년여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무리하고 이달 말 준공과 함께 입주한다. 이 아파트는 평형 늘리기인 ‘증축’리모델링의 첫 사업이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에서 강남권에서 추진 중인 리모델링의 본보기 사업이어서 주택업계와 수요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성공적인 리모델링”이라는 평가가 있으나 일대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 어디 고쳤나=시공사인 삼성건설은 당초 지하 1층, 지상 12층 53평형 96가구의 이 아파트를 가구수 증가없이 평형을 62.89평형으로 10평 정도 늘렸다. 아파트 이름도 '래미안 방배 에버뉴'로 바뀌었다.

3베이(전면을 3개 공간으로 구획) 골격은 유지하면서 앞 뒤 발코니를 확장했다. 또 주방 앞에 있던 공용욕실을 현관 쪽으로 옮기고, 가정부방은 없애는 대신 다용도실을 넓혔다.

지하 주차장을 만들지 않고 화단 폭을 줄여 가구당 1.3대이던 주차공간을 1.5대로 늘렸다. 다용도실에 연결된 비상계단은 일부는 채광창, 일부는 다락방으로 만들었다. 낡은 배관.난방설비와 엘리베이터를 모두 바꿨고, 주 출입구의 계단을 철거해 장애인램프를 만들었다. 건물 저층부 외관에 화강석을 붙여 고급스럽게 꾸민 것도 특징이다.

조합 측은 가구당 평당 286만원꼴인 약 1억8000만원 선의 추가부담금이 든 것으로 추산한다. 시공사 선정 때의 예상보다 8000만원 정도 늘어난 것이다.

삼성건설 김승식 소장은 "엘리베이터와 조경 등 공사범위가 늘었고 마감재 수준도 높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나무 마루.아트월.디자인벽.포켓도어 등 옵션에 따라 가구당 950만~3000만원 이상의 추가비가 더 들기도 했다.

◆ 첫 사례가 가지는 의미=건설업계는 주민이 자발적으로 추진한 증축 리모델링의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미 강남구 압구정동이나 서초구.과천 등지의 아파트 단지 조합원들이 벤치마킹을 해갔다. 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박사는 "시행착오도 있었겠지만 기술력 등 척박한 리모델링 시장에서 비교적 성공적으로 공사를 한 것 같다"며 "재건축이 불가능한 단지에는 희망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10일 착공에 들어간 지 13개월 만에 입주해 공사기간이 짧은 것도 장점이다. 시공사는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를 재건축할 경우 공사기간만 이보다 5~6개월 더 걸릴 것으로 본다.

쌍용건설 양영규 차장은 "리모델링은 신축과 달리 사업승인이나 분양승인.관리처분인가 등의 절차 없이 행위 허가만 받으면 돼 재건축보다 1~2년은 빠르다"고 말했다.

반대의 견해도 들린다. 기존 틀은 유지한 채 앞뒤 발코니만 증축하다 보니 평면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방 중간에 벽체 일부가 돌출돼 있거나 집 크기에 비해 욕실과 현관이 작은 편이다. 천장 높이가 다른 방도 있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기존 골조를 증축한 것이므로 새 아파트같은 평면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 투자가치 괜찮나=이 아파트의 시공사 선정 당시(2002년 6월) 평균 시세는 5억3000만원. 63평형으로 10평 늘어난 지금 호가는 평균 11억5000만원, 최고 12억원이다. 금융비용과 인테리어 옵션 비용을 합한 총 투자비를 평균 2억원으로 가정할 때 4억원 이상 시세차익이 가능하다. 같은 기간 방배동 현대멤피스(2001년 9월 입주) 49평형 기준층은 3년 전 7억2000만원에서 현재 10억원으로 2억8000만원, 바로 옆의 삼호 47평형(1976년 입주)이 5억1000만원에서 8억5000만원으로 3억4000만원 오른 것에 비하면 수익률이 괜찮은 편이다.

문제는 선호도와 환금성이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평면이나 주차여건은 별로지만 새 아파트나 다름없다고 보는 긍정적 시각과 신축만은 못하다는 부정적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D부동산 관계자는 "주변 아파트보다 약간 비싼 매물이 몇 개 나와 있지만 8월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임박해서인지 사려는 사람은 없다"며 "실거래량과 금액을 봐야 확실한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다른 아파트에까지 이 같은 리모델링이 확산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리모델링 기준이 바뀌어 증축 면적이 9평 이하로 제한됐고, 재건축을 할 지 망설이는 곳도 많다. 실제 같은 방배 삼호아파트 단지는 재건축으로 가닥을 잡고 최근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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