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나태주(1945~ )
아침저녁 맑은 물로
깨끗하게 닦아주고
매만져 준다
당분간은 내가 신세지며
살아야 할 사글셋방
밤이면 침대에 반듯이 눕혀
재워도 주고
낮이면 그럴 듯한 옷으로
치장해 주기도 하고
더러는 병원이나 술집에도
데리고 다닌다
처음에는 내 집인 줄 알았지
살다 보니 그만 전셋집으로 바뀌더니
전셋돈이 자꾸만 오르는 거야
견디다 못해 전셋돈 빼어
이제는 사글세로 사는 신세가 되었지
사글세의 설움을 안다면 아직은 내 몸이 집이고 전세일 때 아끼고 섬길 일이다. 흙에서 멀어진 연장에 녹이 슬듯 몸을 부리지 않은 사유가 반짝일 수 없다. 하지만 남용하지 말기 바란다. 몸은 빛나는 정신의 저수지. 마르지 않도록 하자.
이재무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