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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 가스관 공급 싸고|미-서구 경제전쟁 가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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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시베리아 가스공급 관 건설을 둘러싼 미국과 서구제국간의 대립은「금전조치-계약준수」의 줄다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징발령-제한조치 강화경고」라는 막바지 단계까지 이르러 바야흐로 경제전쟁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세송」프랑스외상의 표현대로 그동안 미국과 이혼진행과정에 있던 프랑스가 23일 미국계 자회사인 드레서 프랑스사에 대해 징발령을 발동, 소련이 주문한 콤프레서를 공급하도록 명령하자「례이건」미 행정부는 25일『미국특허로 만들어진 장비를 선적한다면 제한조치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즉각적인 반격을 하고 나섰다. 두 대륙사이를 감돌던 전운은 결국 프랑스의「선전포고」와 미국의「응수」로 미-불 전선에서 불붙기 시작한 것이며 프랑스와 보조를 같이하던 영국·서독·이탈리아 등도 한결같이 프랑스정부의 정책을 적극 지지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미-서구관계는『어떤 댓가를 치르고서라도 피하지 않으면 안될 위험에 직면해있다』는 EEC(구공시)측의 우려마저 낳고 있다.
프랑스사회당정부가 발동한 징발령은 59년「드골」집권당시 외국기업에 대한 규제를 목적으로 개정된 법에 근거한 것으로 외국기업의 자회사라도 프랑스 안에서는 프랑스정부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있다.
이번 조치에 대해 프랑스 언론이나 기업가들은 미국의 경제적 보복을 우려하면서도『국제거래의 관계를 먼저 깬 것은 미국』이라고 비난하고 정부의 징발령 발동을「자구수단」이라고 옹호하고있어 사회당정부의 입장이 한층 강경해질 공산도 없지 않다.
미국은 그러나 이 같은 프랑스의 조치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반응과 함께『위반행위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중이라고 밝혀 프랑스정부의 대소장비수출을 저지할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국무생의「존·휴스」대변인을 통해 미 정부의 제한조치강화가 결코 경고나 위협이 아니라고 강조함으로써 미-불간의 한판승부도 부사 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이 전쟁은 1백10억 달러의 공사비와 연간. 수십 만명의 고용확대라는 이권이 따르기 때문에 경기침체와 실업문제로 고민해 오던 영국·서독·이탈리아 등도 경쟁적으로 뛰어들 것이 확실시되고 따라서 미-서구간의 전면적인 경제전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징발령을 지켜본 영국은 25일 미국의 대소 금륜 조치에 도전, 미 제노널 일렉트릭사의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 존 브라운 엔지니어링 사에 1억4백만 파운드에 달하는 소련과의 가스터빈 계약을 이행하도록 명령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서독정부도 가스관건설참여회사들에 공한을 발송,「레이건」의 조치를 무시하고 장비공급을 서두르도록 독려했다.
이같이 미-서구 제국간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움직임을 보이자「가스통·토른」EEC 집행위원장은『미국과 EEC가 긴장해소에 실패할 경우 11월 제네바에서 열릴 GATT(관세무역일반협정)회의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고위 정치적 협의를 거쳐 더 이상 불 속에 기름을 붓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당사국들의 자제를 요청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달 초 EEC가 금수조치에 함의하는 비망록을 미 정부에 전달했으나 아직 아무런 응답이 없었음을 상기시켜 미국이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은근히 비난함으로써 서구의 입장을 두둔했다.
미국은 서구제국들에 대한 대외적인 강경 일변도의 조치 외에도 이를 위반하고 소련에 가스 가압기를 공급키로 한 드레서 프랑스사의 미국 모회사인 드레서 인더스트리사를 제재하기로 결정하여 미국과 서구에 모자회사로 이어져있는 기업들도 정부간의 싸움여파로 상당한 타격을 보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미-서구간의 싸움에 가스관 건설발주 회사 격인 소련이 서구 측에『자신을 신데렐라로 착각하는 미국의 내정간섭에 더 이상 굴복하지 말고 용기 있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고 부추김으로써 대립을 더욱 숨가쁘게 몰아가고 있다. <파리=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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