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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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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공자도 이혼을 했었다. 이유는 하나. 부인이 바가지를 긁은 것도, 부정을 저지른 것도 아니다. 음식솜씨가 시원치 않다는 것이다.
공자의 음식 타박은 여간 아니었다. 고기의 양념이 신통치 않거나, 네모 반듯하게 썰지 않았거나, 빛깔이 좋지 않을 때면 수저를 던지고 말았다.
어느 날은 아내가 아들 이를 시켜 가게를 보아오게 했다. 공자는 어느 결에 그것을 알았다. 부인의 정성이 깃들지 않은 음식이라고 외면해 버렸다.
이쯤 되면 공자의 부인이 스스로 집을 나갔는지, 공자가 소박을 놓았는지 알 길이 없다. 어느 편이든, 공자는 천하의 마음은 다스렸어도 자신의 입속에 있는 혀(설)만은 다스리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중국인의 호식습관을 보여주는 한 상징적인「사건」이다. 공자마저도 식도 악을 따졌으니 말이다.
중화요리의 정식코스는 가령 북경요리의 경우 30종이 넘는다.「정식」의 첫 코스는 냉채. 안주 삼아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그것이 끝나면 반삼사(반삼사). 새큼한 맛이 나는 요리. 그 뒤를 이어 정채. 이때부터 술잔을 놓고 열을 가한 요리를 맛보는 차례. 다음엔 담미, 농후(농후)한 맛, 끝으로 호화판의 미물이나 우물요리가 나온다. 그러나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자리를 옮겨 향기 그윽한 온탕의 차를 마셔야 한다. 물론 후식도 곁들여서. 이쯤 되면 만찬이 아니라 철야 찬이다. 하긴 대북의 야경은 사람들이 밤새도록 노점에 질펀히 앉아 먹어대는 광경이다. 서양요리는 향신료가 풍부해 코로 먹는다고 한다. 일본요리는 오목조목, 알록달록 해 눈으로 먹는다. 입으로 먹는 요리는 바로 중화요리. 곁들여 우리나라 음식은 그 갖가지가 다 갖추어져 눈, 코, 입이 모두 참여한다. 여기에 생률까지 놓이면 귀(이)까지 동원되는 셈이다.
중국에서 요리가 발달한데는 원인이 있다. 맘이 넓어 기후가 다양하고 따라서 그 지방마다 특색이 있다. 상해, 광간, 북경, 천진, 사천요리가 모두 다르다. 게다가 불교신도는 쇠고기를 피하고, 회교신자는 돼지고기를 경원한다. 요리가 갖가지 일수밖에 없다.
중화요리를『불(화)의 예술』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 기본요리법의 비밀은 바로 볼의 강약에 있다.
이런 과정은 우리나라 음식을 만들 때도 볼 수 있지만, 중화요리는 재료들의 델리키트한 조합이 특이하다.「산해진미」라는 표현은 원래『사기』에 적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장개석 총통은 대륙에서 밀려나 요만에 정권을 세우고 나서 중화요리의 식단을 고쳤다. 그 복잡 미묘한 가지수룰 우선 간소화한 것이다. 물론 중화요리의 절묘한 맛은 잃지 않고, 절차를 고친 것이다. 이것은 요리의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요즘 호만정부는 다시「매화식」을 개발, 권장하고 있다. 15개 코스로 줄였던 중화요리의 정식 코스를 5개로 줄였다. 호만 국화, 매화의 이름 그대로 그 꽃잎 수를 따라 매화식으로 했다. 시식은 못해봤지만 「먹는 즐거움」보다는「일하는 즐거움」을 찾자는 조치인지 모르겠다.
화기를 바꾸어, 우리나라 음식도 공연히 가지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질과 품위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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