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기반 닦아야|편안한 노후 보장돼|근로자의 평생설계 어떻게 하면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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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규모 있는 가계를 꾸리려면 하루 앞의, 한달 앞의 소득과 지출을 미리 따져봐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평생 소득과 지출도 한번쯤 따져봐야 한다. 현재의 학력·직종으로 평생 벌 수 있는 돈은 얼마나 되는가, 또 몇 살쯤 되었을 때 수입이 가장 좋을 때인가, 40대·50대가되면 각각 어디에 돈이 많이 드는가 등을 미리 생각해 보아 분수에 맞고 규모 있는 평생지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난해말 저축추진중앙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서강대 경제경영문제연구소가 개발해낸「도시근로자의 일생주기(Life Cycel)에 따른 소비와 지출모형」에 최근의 자료를 적용시켜 근로자의 생활설계를 따져보자. 먼저 직종에 따라 평생 버는 소득은 얼마나 되는가.
81년 말 임금체계를 기준으로 26세에 직장에 들어가 60세 정년을 마칠 때까지 도시 근로자가 버는 돈은 월급·보너스 등을 모두 합쳐 평균 약 1억7천8백94만원쯤 된다.
직종별 평생소득을 계산해보면 가장 많이 버는 직종은 행정관리직으로 일생동안 3억원 이상을 벌고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가장 적게 벌어 평생 소득이 1억원을 조금 넘을 정도다. 약 3배의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처럼 직종간 소득의 격차를 크게 벌려 놓는 원인은 바로 학력이다. 직업선택 자체가 학력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상급학교의 재학연수를 감안하더라도 학력별 초임에 너무 격차가 크며 경력에 따른 승진에서도 고학력우대가 두드러진다.
이렇게 저 학력은 원래 초임이 낮은데다 그 후 월급이 잘 오르지 않기 때문에 평생소득에서 대졸자의 약 3분의1에 머무는 것이다. 근로자의 평생소득에서 서비스·판매·1차 산업 종사자가 1억원 선에 머무는 것도 이부문의 종사자들이 대부분 저 학력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근로자 소득에 있어 또 하나의 특징은 남녀간의 차이가 심한 것인데 같은 고졸이라도 여자는 남자임금의 74%밖에 못 받는다. 일본은 여자가 남자의 90%수준을 받는다.
다음으로는 평생을 통해 어느 시기가 가장 돈을 많이 버는 황금기인가를 보자. 역시 서강대 팀이 75∼80년 사이의 경제기획원 통계를 자료로 작성한 것을 보면 40대 중반이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때임을 알 수 있다.
즉 40∼44세 때 버는 돈은 20대 초반에 버는 돈의 약 2배가되고 평생 버는 돈의 평균액보다도 15%나 많다. 그러나 50대를 넘으면서 평균 근로소득은 다시 떨어지기 시작한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근로소득 아닌 자산소득(이자·배당금·집세·땅세·권리금 등)은 나이가 들수록 많아져 50대 후반에 이르러 최고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벌이가 한참인 40대에 부지런히 저축 및 실물투자 등에 힘써 노후에 대비하여야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나이변화에 따른 가구주의 가계지출 동향을 보자.
75∼초년 사이의 기획원 통계를 종합해보면 가구주의 소비지출은 20대 초반부터 계속증가, 45∼49세 때에 가서는 평생 중 가장 많은 지출을 하게된다.
20대 초반 시절과 비교하면 약74%정도 쓰임새가 늘어난다. 그러나 50대를 넘어서면 소비지출은 다시 감소, 이후 나이가 들수록 점점 적어진다. 무엇보다도 자녀들의 분가·출가 등으로 가족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40대를 통틀어 소비지출이 크게 느는 것은 모든 부문에서의 지출규모가 다 늘어나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장성한 자녀들의 교육비지출 때문이다.
40대는 바야흐로 가장 많이 벌고 장래를 위해 저축을 해야할 황금기인 것이다.
50대는 소득은 주는 대신 지출은 늘어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된다. 55세의 정년은 개인지출 면에서 볼 때 너무 이른 것이다. 60세가 넘으면 자녀들이 장성하여 지출이 대폭 준다.
한편 의료비 지출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 지출비중이 가장 높다. 물론 결혼 후 출산·양육 등에 따른 의료비 지출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소득과 지출변동을 모두 감안했을 때 평생을 가장 규모 있게 살아가려면 27세롤 전후한 결혼부터 출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설계가 된다.
즉 27세 때 결혼, 곧바로 1남1여를 낳으면 이들은 가구주가 가장 돈올 많이 벌게되는 40대 후반에 가서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상구주의 정년퇴임이 가까워지면 이들은 결혼을 하거나 직장을 가져 부모를 돕게된다.
이렇게 볼 때 25∼39세 까지는 가구를 형성하고 생활기반을 닦는 기간으로 30대 후반에 내 집을 마련하며, 40∼54세 까지는 가계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하는 절정기로서 이때 자녀교육은 물론 저축·보험가입 등에도 적극신경을 기울이며 55세가 넘으면 노후 안정기로서 일선에서 물러나 재산소득 등으로 수입을 충당하며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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