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복제 성공, '동물 복제 한국이 최고' 입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 서울대 수의과대 잔디밭에서 복제 원본 ‘타이(右)’와 복제 개 ‘스너피’가 뛰어 놀고 있다. 가슴과 위눈썹, 발목 등에 있는 흰점 등이 꼭 닮았다. 최정동 기자

▶ 네이처 표지 하단에 황우석 교수팀이 복제한 개와 원본 개 사진이 실렸다.

3일 서울대 수의과대 잔디밭. 흔히 볼 수 있는 암캐 '누렁이'와 온몸에 털이 수사자 갈기처럼 치렁치렁한 사냥개 아프간하운드 수컷 두 마리가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서울대 황우석.이병천 교수팀이 복제에 성공한 개와 복제 원본, 그리고 대리모를 공개한 것이다. 복제 개가 태어난 지 100일째다. 복제 원본인 세 살짜리 아프간하운드(이름:타이)와 복제 개(스너피)는 외모가 빼닮았다. 검은색 바탕에 윗눈썹.가슴부위.발목 등에 있는 하얀 무늬까지 그 위치와 모양이 똑같다. 정작 스너피를 낳은 엄마 개인 누렁이와는 닮은 점이 전혀 없다.

복제 원본인 아프간하운드 수컷에선 피부 세포를 떼어내 썼으며, 난자는 잡종견으로부터 1095개를 채취해 123마리의 대리모 자궁에 이식했다. 그중 3마리가 임신에 성공했으나 두 마리만 태어났고 다시 이 중 한 마리는 죽었다.

'타이'는 미국의 개 애호가가 기르던 명견을 연구진 중 한 사람이 기증받은 것으로 운송비 등 약 700만원을 들여 한국에 가져왔다. '스너피'는 가축 중 가장 복제하기 어렵다는 개를 복제해 한국의 복제 기술이 탁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증거다. 개는 다른 동물과 달리 미성숙 난자의 시험관 배양이 어렵고 복제도 매우 까다롭다.

복제 실무를 총괄한 이병천 교수는 "복제에 쓸 난자를 얻기 위해 개에게 배란 촉진제 등을 쓰지 않고, 자연 배란된 것을 채취해 썼다"며 "동물을 연구 일정에 맞추는 게 아니라 연구를 개의 생리현상에 맞춰 해야 했기 때문에 복제가 더욱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시험관 개'조차 없었던 것도 개의 난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보통 복제 동물이 태어나기 전에 시험관 동물이 먼저 개발된다는 것이 황 교수의 설명이다. 그만큼 개의 복제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복제도 기반 기술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2002년 8월에 시작해 거의 3년이 걸렸다. 이 교수는 앞으로도 이런 낮은 복제율이 쉽게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개를 복제하면서 희생시킨 것은 한 마리도 없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대표적인 애완동물인 고양이에 이어 개가 복제됨에 따라 애완 동물 산업에 새 바람이 불 전망이다. 황 교수팀은 개 복제 기술의 산업적 이용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기술은 산업에 결국 적용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3만2000달러(약 3200만원)를 주면 고양이를 복제해 주는 회사가 설립돼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다.

멸종 위기에 놓인 개과 동물의 복원에도 활용할 수 있다. 거의 찾아 보기 어려운 '한국 늑대'를 대량으로 복제해 멸종을 막을 수도 있다.

황 교수팀은 줄기세포 연구에 복제 개를 사용할 계획이다. 개는 사람과 가장 친숙한 동물이며 간단한 말은 알아듣기 때문에 실험동물로 매우 좋다는 것이다. 예컨대 개 줄기세포를 개의 뇌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뇌 질환 치료 실험을 한 뒤 '일어나''앉아''이리와' 등 간단한 말을 알아듣는지 시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황 교수의 설명이다. 임상 효과를 어느 정도 행동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난자와 체세포에 들어 있는 미토콘드리아, 염색체 말단에 있는 텔로메어 등이 복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도 이 복제 개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난자와 복제 원본의 체세포에는 난자.체세포 공여 동물의 미토콘드리아가 각각 남아 있다. 따라서 복제된 동물에도 이 미토콘드리아가 섞여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100% 순수한 혈통의 동물을 복제하려면 난자 공여 동물의 미토콘드리아를 없애야 하나 이게 쉽지 않다.

텔로메어는 염색체 말단에 있는 것으로 세포가 늙어갈수록 그 길이가 짧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노화의 정도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연구를 통해 '복제동물은 노화가 빠르다'는 등의 가설이 맞는지를 밝혀낼지가 또 다른 관심이다. 복제 양 돌리의 경우 여섯 살을 약간 넘긴 뒤 폐질환 등으로 안락사됐다. 양이 보통 11~13살 정도 사는 것에 비하면 조기에 '성인병'이 온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미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턴 교수가 공동 연구자로 참석했다. 그가 방한한 데에는 "아직 밝힐 수 없는 어떤 연구"목적도 있다고 황 교수는 덧붙였다.

한편 개 복제 성공을 계기로 생명윤리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생명윤리 논쟁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인간과 가까운 동물 중 이제 영장류만 복제가 안 된 동물로 남게 된데다 그 어렵다는 개를 황 교수팀이 거뜬히 복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울산의대 의료윤리학과 구영모 교수는 "복제 기술이 급진전함에 따라 그 기술이 인간 복제에 활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이수진 인턴기자

<bpark@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