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리 인하 진짜 속내는 ‘그림자 은행’ 죽이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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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호 06면

중국 인민은행이 21일 전격적으로 예금과 대출 금리를 각각 0.25%, 0.4%포인트 내렸지만 이번 금리 인하는 경기부양이 목적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중국 리커창 총리(오른쪽)가 지난 19일 항저우(杭州)에 위치한 한 온라인 스토어를 찾아 직원에게 물류 서비스에 관해 질문하는 모습. [신화=뉴시스]

중국이 21일 전격적으로 예금과 대출 금리를 각각 0.25%, 0.4%포인트 인하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10년 12%에서 올 3분기 들어 7.5%를 밑도는 7.3%의 성장을 하자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이번 중국의 금리 인하는 경기부양이 목적이 아니다. 지금 경제를 책임진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마음속에는 경제 성장을 위한 경기부양은 없다.

[세계경제 진단] 시진핑 정부, 금리 왜 조정했나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성장률에 더 이상 목매지 않는다. 리커창 총리의 올해 경제 성장 목표는 7.5%가 아니고 ‘7.5% 좌우(左右)’다. 즉 ‘7.5%±알파’란 얘기다. 공대 출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집권 10년간 중국 경제는 죽어도 8%란 ‘保 8%’ 정책으로 목표 관리를 했지만 상대 출신 리커창 총리는 ‘7%±알파’라는 구간관리로 돌아섰다. 중국의 2014년 경제 성장은 7.5%가 아니라 7.3%도 될 수 있고 7.6%도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원자바오 총리가 8% 성장에 목맨 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당 노동유발계수가 80만 명 수준이어서 연간 700만 명 가까운 대졸자를 취업시키려면 최소 8% 성장은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부터 중국은 3차 산업이 제조업 비중을 넘어서면서 노동유발계수가 150만 명으로 늘었다. 그래서 지금 중국은 7%만 성장해도 연간 1000만 명 이상의 고용이 가능해졌다. 중국은 2013년 7.7% 성장에도 1300만 명의 고용을 달성했다. 그래서 중국은 환경 문제 때문에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경기부양을 할 생각이 없다.

‘돈 총량은 부족하지 않은 상태’
중국은 돈 풀기를 겁내는 나라다. 이미 총통화(M2)가 GDP의 200%에 달하기 때문이다. 돈의 총량이 부족한 게 아니라 유통속도가 문제다. 중국의 통화량을 잡아먹는 하마 3마리는 ‘부동산, 과잉설비, 과잉재고’였다.

 리커창 총리 집권 이후 최근 1년 반의 규제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19개 전통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기업의 자금 수요도 줄었다. 그래서 한때 15%까지 치솟았던 콜금리가 3%대로 떨어졌다. 자금 측면에서 금리 인하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중국은 금리 조정을 통한 가격수단보다는 통화량을 직접 통제하는 수량 통제가 약발이 센 특징이 있다. 은행 대출의 주 수요자인 대기업은 대부분 국유기업이기 때문에 부도 위험이 없고 자금이 필요하면 금리와 상관없이 자금 조달을 한다. 서방세계와는 달리 중국에서 금리가 대출시장에 큰 영향을 못 미치는 이유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국유기업의 과도한 자금 수요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면 금리는 떨어지고 시중자금 유통속도는 높아진다.

 이런 특징 때문에 중국의 유동성 조절은 금리가 아니라 통화량의 총량 규제로 한다. 중국은 이미 M2가 GDP의 200%를 넘어섰기 때문에 잠재적인 인플레 압력이 높다. M2의 대량 방출은 정부가 원하지 않는다.

금리 아닌 통화량으로 유동성 조절
그래서 중국은 지난해부터 단기적이고 제한적으로 통화를 공급하는 신종 단기통화공급수단(PSL·MLF 등)을 도입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시중자금 경색을 막고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해 왔다. 중국은 올 7월에 담보보완대출(PSL·Pledged Supplementary Lending) 제도를 통해 중국개발은행에 주택재개발자금 1조 위안을 지원했다. 9월과 10월에는 3개월 만기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일종의 중기 대출인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Medium-term Lending Facility) 제도를 통해 7695억 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번 금리 인하의 특징은 비대칭적 금리 인하와 금리 변동 폭 구간 확대다. 과거 중국의 금리 인하는 예대 금리를 같은 폭으로 낮추는 동시 인하였는데 이번에는 예금 금리는 0.25%, 대출 금리는 0.4%포인트를 낮추는 비대칭적 금리 인하조치를 취했다. 상대적으로 예금자를 보호하고 대출자들에 대한 금융비용을 더 낮춰 준다는 취지다.

 또한 기준금리 대비 은행의 금리 결정 상한선을 기존 기준금리의 1.1배에서 1.2배로 확대했다. 즉 과거 같으면 예금 금리의 상한선은 2.75%의 1.1배인 3%이지만 이번 조치로 1.2배인 3.3%까지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중국의 금리 인하는 금리 자유화를 위한 금리 변동 폭의 확대를 시험하는 것이다.

 이번 중국의 금리 인하를 선진국의 통화 대방출과 제로금리로 표현되는 화폐전쟁에 대응하는 중국의 전략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번 금리 인하가 경기부양에 큰 기여를 할 가능성이 작고, 금리 인하를 통해 환율에 영향을 미치게 할 의도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리대금업에 대한 본격 압박
중국은 상장사 전체 이익의 50%가 은행업의 이익이다.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은 과하고 국제경쟁력도 떨어진다. 이번 금리 인하의 목적은 첫째 경기부양보다는 과도한 은행의 이익을 기업의 이익으로 전환하고, 둘째 그림자금융에 대한 압박이다.

 부동산과 국제상품가격의 하락기에 금리 인하는 자금의 증시 유입을 불러오고 증시 상승을 가져온다. 중국 금융자산의 90%를 보유한 상업은행의 독점을 점차 투자은행(IB)으로 전환하고, 기업이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 시 금융비용 하락 효과를 보려면 증시 상승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금융상품 금리는 대출 금리에 연동한다. 대출 금리 인하는 금융상품의 고금리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는 초고금리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그림자금융’을 축소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리커창 총리의 그림자금융을 찌르는 창이 바로 금리 인하다. 자금시장이 안정돼 자금의 가수요가 없어지면 고리대금업인 그림자금융은 석양의 그림자처럼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림자은행(shadow banking system) 투자은행·헤지펀드·사모펀드·구조화투자회사(SIV) 등과 같이 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중앙은행의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금융회사를 말한다. 시스템적 위험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림자’라는 말은 은행 대출을 통해 돈이 유통되는 일반적인 금융시장과 달리 투자 대상의 구조가 복잡해 손익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걸 비유한 것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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