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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힘이 세다] 스와질랜드 아이들을 돕는 한국의 엄마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모잠비크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경계에 있는 작은 나라 스와질랜드에서 에이즈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한국의 엄마들이 나섰다. 레스토랑 컨설팅 회사 비 마이 게스트의 김아린 대표가 주축이 되어 지인들과 함께 만든 한남동 자선 바자회 현장.

(좌)플라워 숍 라 페트에서는 플라워 트럭을 몰고 와 꽃을 판매했다. (우)바자회가 열리던 비 마이 게스트 건물 1층 주차장에서는 스와질랜드 아이들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었다.

먼 나라, 스와질랜드의 이야기
“스와질랜드는 인구 130만 명 중에 사망자 64% 이상이 후천성 면역결핍증인 에이즈로 목숨을 잃는다고 해요.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32세에 불과하죠. 게다가 에이즈에 감염된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날 때부터 에이즈 환자이고, 더 안타까운 건 이 아픈 아이들이 부모가 먼저 에이즈로 세상을 떠나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죽어간다는 거예요.” 김아린 씨는 바자회의 취지를 말하기에 앞서 현재 스와질랜드의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그녀는 영국 NGO 단체 더 로킹 호스 프로젝트 (The Rocking Horse Project)에서 활동하는 친구에게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에이즈에 감염된 스와질랜드 아이들이 인간답게 마지막을 맞을 수 있도록 보살피는 단체로, 김아린 씨가 주최한 이번 바자회의 수익금 전액은 더 로킹 호스 프로젝트를 통해 스와질랜드 아이들을 돕는 데 쓰인다고 한다.

이번이 두 번째인 ‘스와질랜드 in 한남’ 바자회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테리어 디자이너 하진영 씨와 홍보 대행사를 이끄는 최숙희 씨 등 김아린 씨의 지인이자 아이 엄마인 친구들이 함께했다. 그녀는 이처럼 엄마들끼리 함께하는 도모여서 더욱 든든하다고 이야기한다. 작년에도 같은 행사로 총 1천만원의 기금을 모아 스와질랜드 아이들에게 산소호흡기를 사주고 놀이방을 꾸며주었다. “아이들은 정말 예민하고 연약해서 계속해서 보살핌을 받아야 해요. 한 번에 모든 애정을 쏟는 건 의미가 없지요. 그래서 올해도 이 아이들을 돕는 바자회를 준비했어요. 다만 우리가 이 바자회를 너무 크게 키워버리면 힘과 열정이 다 소진될까 봐 작은 규모로 오랫동안 하자는 생각이에요.”

두 번째 바자회에서는 처음의 아쉬웠던 부분을 채웠다. 작년에는 물건을 사고 팔아 기금을 마련하는 데에 집중하느라 취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던 것. 올해는 BI 디자인 전문 회사인 켈리타앤컴퍼니가 디자인한 로고를 활용해 마켓프레스라는 디자인 상품 제작 업체와 함께 에코백을 만들어 판매했다. “가방 안에는 A4 용지 한 장에 이 바자회의 의미와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후원 기관 소개를 정리해 넣었어요. 가방을 메고 다니면서 우리의 마음을 함께 나누자는 목적도 있고요. 이번에 우리 바자회의 로고가 생겼듯, 점점 바자회가 탄탄해지면 이곳이 스와질랜드 아이들을 돕는 창구가 되지 않을까요?”

아티초크 갤러리에서는 아티스트의 포스터와 사진을 할인된 금액에 판매했다.

엄마여서 가능했던 자선 바자회
바자회에서 판매하는 물건은 모두 브랜드에서 자발적으로 후원한 것이다. 대전 ‘성심당’의 튀김소보로는 아침에 갓 구워 KTX로 보낸 것을 서울역에서 받아왔고, ‘김단사과’는 옛날 품종의 유기농 사과를 보내왔다. ‘동병상련’ 떡집에서는 떡을 시루에 쪄서 그대로 가지고 왔고, ‘라 페트’는 플라워 트럭을 몰고 와 꽃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JOH의 에드백, 스와지캔들의 향초, 핏빗의 플렉스 밴드, 김선미그릇의 도기 그릇, 아티초크 갤러리의 아트 포스터 등 모두 이번 바자회를 위해 자발적으로 물건을 기부했다. 어떤 제품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해 바자회가 시작되자마자 동이 나기도 했다. “모두 성과보다는 좋은 마음 하나로 물건을 보내주셨어요. 이런 바자회를 준비하다 보면 기부를 강요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저희는 돕는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죠. 물건을 기부하는 분들은 물론이고, 바자회를 찾는 친구들도 꼭 뭔가를 사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으면 했어요. 기부금을 내고, 좋은 기념품을 가져간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바자회의 기획부터 실행, 기부까지 머릿속에 그린 그림을 뚝딱 실행해 보이는 그녀를 보며 궁금했다. 내 자식, 내 사업 돌보기도 바쁜 ‘엄마’ 김아린 씨가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추진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이번에 바자회 장소로도 활용한 한남동 아티초크 갤러리는 제가 운영하는 곳이에요. 사업을 하면서 저와 가족의 철학을 담고 싶은 곳이기도 하고요.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곳으로 성장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리고 마치 운명처럼, 친구로부터 들은 스와질랜드 아이들 이야기가 잊히지 않았어요. 단지 지나가는 이야기로 넘기지 않고 바자회를 열어 실제로 아이들을 돕는 것. 이것은 아티초크 갤러리의 철학과 뜻을 같이하죠. 우리 아이가 이런 모습을 배우고 함께 성취감을 느꼈으면 해요.”

1 켈리타앤컴퍼니가 디자인한 바자회 로고를 마켓프레스가 에코백에 프린트해 제작했다. 가방 안에는 바자회의 취지를 담은 소개서를 담았다. 2 라 페트 플라워 트럭에서 ‘꽃을 판’ 남자. 3 바자회 당일 오전 대전에서 보내온 성심당의 보문산 메아리 빵. 4 김단사과의 유기농 사과는 3알씩 1만원에 판매했다. 5 김선미그릇에서 내놓은 한식기. 6 데미언 허스트의 사인이 담긴 프린트는 이날 옥션을 통해 주인을 만났다.

자선 바자회 STEPS
1 ‘더 로킹 호스 프로젝트’ 단체를 통해 아이들의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며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기획하다.
2 지인들과 스와질랜드 아이들의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레 바자회 멤버를 꾸리다.
3 2013년 첫 회 바자회로 얻은 수익금 전액 중 은행 수수료를 제외한 모든 금액을 기부하다.
4 2014년 두 번째 바자회에서 취지를 제대로 전달하고자 켈리타앤컴퍼니와 로고를 제작하고, 그 로고를 프린트한 에코백을 제작하다.
5 사업을 하며 인연을 맺었거나 지인에게 추천받아 뜻을 함께하는 브랜드에게 바자회에서 판매할 물건을 기부받다.
6 한남동 비 마이 게스트 1층 주차장 공간과 아티초크 갤러리 공간을 활용해 소규모 바자회를 열다.

기획 = 이지현 레몬트리 기자, 사진 = 양성모(JEON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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