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는 언행 외국선 삼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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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사람은 얼마나 우수한지한국사람 하나가 일본사람 셋을 능히 당해낼 수 있지만, 반면에 한국사람은 얼마나 단결을 못하는지 한국사람 셋이 일본사람 하나를 당해내지 못한다는 역설적인 말이 있다.
이 말은 내가 여러해 전에 로마에 유학했을 때 들은 말이다.
한국사람은 개인적으로는 일본사람보다 우수한 데가 많은 것 같다.
로마에 유학하고 있뎐 신부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한국신부들은 공부를 잘하는 편인데, 일본신부들의 성적은 별로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일본신부들은 외국어를 못해서 고생을 많이 하는 것을 보았다.
한달 전에 마닐라에 갔을 떄 그곳의 동아시아신학연구원에서 가르치고 있는 한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일본신부들은 다른 나라의 신부들에 비해서 외국어률 못하기 매문에 골칫거리라는 것이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한국선수들이 4연을를 한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수수한가를 잘 알수있다.
요새는 일본사람들이 과학기술면에서 크게 발달한 것이 사실이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옛날에는 그들이 우리나라의 빛나는 문화를 전수한 것이 사실이 아니었던가.
지난 달에 회의가 있어서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를 돌아본 적이 있었는데 가는 데마다 우리 한국사람들에 대해서는 대단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일본사람들은 싫어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경제적으로 그다지 부강하지못한 한국은 굉장히 많은 월남의 피난민들을 도와주었는데 세계 제2를 자랑할 만큼 부강한 일본이 월남의 피난민들을 외면하고 거의 도와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번 여행중에 내가만난 사람들은 다들 기억하고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심이 매우 좋은 사람들이다.
인도의 빈민굴의 어머니 「태레사」수녀가 지난해에 우리나라에 다녀간지 두 달도 채 못돼서 그녀가 약속한대로 인도의 「사랑의 선교회」의 수녀들이 한국에 파견되어 왔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에는 인도와는 달리 길거리에서 굶어 죽어 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할 일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국사람들은 인심이 좋아서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굶어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또 특히 자랑스러운 것은 이세상에 한국사람처럼 고통 중에 웃을 수 있는 국민이 별로 없을 거라는 사실이다.
몇 달 전에 어느 선교회의 잡지 표지에 밀짚모자를 쓰고 얼굴이 주름살 주성이인 한국의 한 늙은 농부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여 활짝 옷는 천연색 사진이 실린 적이 있었다. 일생을 고생으로만 지낸 것이 분명한 그 얼굴에 빠진 이사이로 활짝 웃는 모습, 이런 모습은 아마 한국인 밖에는 없을 것이다.
가난하고 배가 고픈데, 또 고생스러운데 저렇게 웃을 수 있는 얼굴을 나는 미국에서도 못 보았고 유럽에서도 못 보았고 동남아시아에서도 못 보았고 일본에서도 못 보았다.
이렇게 우수하고 인심좋고 낙천적인 한국사람이 여럿이 모였을 때에는 하나로 뭉치지를 못한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서로 헐뜯고, 서로 모략하고, 서로 협조를 못한다.
두어 해 전에 나는 일본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로마에서 함께 공부하던 한 일본인 동지 신부를 나가사끼(장기)로 찾아갔다.
나를 본 그 일본인 신부는깜짝 놀라면서 『종교를 홀대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그렇게 용케 빠져나왔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내가 오히려 머 깜짝 놀라면서 『그게 무슨 소리냐.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었느냐』고 되물었더니, 한국의 종교인들에게서 들었다는 대답이었다. 한심스럽고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일본여행중에 나는 한국사람들이 한국이나 한국정부를 지나치게 비판하는 소리를 듣고 일본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대해서 상당히 비뚤어진 인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본의 교과서왜곡 사건 때문에 요새 조야가 떠들썩한대, 이러한 한국민의 외침을 보고 아마도 많은 일본사람들은 한국정부가 조작한 것이라고 생각할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콧대높은 일본사람들을 찾아가서 자기 나라에 대한 욕을하는 사람들은 우리 한국사람들밖에 없으리라.
로마에서 공부할 미「히틀러」에 대하여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고있던 독일인 신부들의 대화에 끼어 들어 나도 한마디 거들었더니 그들은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다른 데로 피해 갔다.
「도오죠」(동조영기)에 대하여 외국사람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일본사람을 나는 본적이 없다.
지난달에 마닐라에 갔을 때 그곳 사람들이「마르코스」대통령과「이맬다」여사를 비판하고 있길래 내가 엿들었더니 그들은 슬그머니 대화를 중단했다.
일본의 교과서왜곡 사건을 계기로 해서 일본을 이기자는 소리가 드높다. 진작 그랬어야한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 일본을 이기느냐가 문제다.
어떤 공장의 한 직공이 텔레비전 화면에서 일본사람들 보다더 오래, 밤을 새서라도 일을 하여 일본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외치는 것을 보았다. 기백은 좋으나 이것만 가지고 일본을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도 하나로 뭉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북으로부터의 위협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제약이 없을 수 없겠지만, 그러나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 안에서 자유롭게 하고, 제발 일본사람들에게는 속을 주지 말자고 .크게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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