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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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근 한 외국 잡지에서 스트레스에 관한 글을 읽었다. 우선 첫머리에 인용된 베트남전쟁에서의 전사자들 얘기가 눈을 끈다.
그 대부분이 18∼22세의 청년들. 이 가운데 37%는 40세 이상에서나 볼 수 있는 동맥경화(경화)상태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물론 사후 검진에서 확인된 증상.
사람은 의학적으로는 10세부터 늙는다. 이때부터 동맥에 반점 같은 것이 생긴다. 25세가 되면 그것이 얼룩으로 변하고, 40세가 넘으면 오래된 수도파이프처럼 갖가지 찌꺼기(?)들이 붙는다.
전장의 긴장된 생활은 사람의 혈관을 20년이나 더 늙게 만든 것이다. 스트레스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는 한 예.
영국 생리학자 「W·B·기논」저「인체의 지혜』라는 책에 따르면 사람은 원래 수렵시대에 맞는 생리구조를 갖고 있다. 인류사 4백만년 가운데 99%는 수렵시대였다.
이 시대엔 짐승을 뒤쫓아가 잡는 것이 생업의 전부였다. 스트레스도 이란 수렵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그러나 오늘의 인간생활엔 수렵이 없다. 수렵은커녕 관리 당하고 억제 당하는 「역수렵」의 생활 속에 쫓기고 있다. 버스를 타도, 점심을 먹어도, 길을 걸어도, 사회에 가도 스트레스의 첩첩산중에 있다. 집에서도 별로 다를 것이 없다. 도시생활은 태양과 녹색과 공간이 적다.
불황 속에선 그런 스트레스의 압력이 배가한다. 경쟁, 실업, 임금…스트레스 아닌 것이 없다.
인간이 정신적 자극에 얼마나 민감한가는 혈압측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의사와 간호원과 여자가 혈압을 측정할 때마다 그 수치가 각각 다르다. 어떤 경우는 15나 차이가 날 때도 있다. 심호흡을 5번쯤하고 나서 다시 재어본 혈압이 훨씬 낮은 경우도 있다. 스트레스 역시 이처럼 환경의 민감한 지배를 받는다.
인간의 뇌는 위에서 보면 송이(송이)버섯처럼 생겼다. 우산모양의 표면은 지식, 이성, 판단을 지배하는 「신피질」, 그 속의 내면은 탐욕, 성욕, 집단욕 등 본능을 지배하는 「고피질」이다.
스트레스는 바로 그 윗부분의 신피질이 그 아래의 고피질을 압박하는 상태다.
따라서 신피질의 압박을 가볍게 하는 것이 스트레스의 해소다.
그린 방법은 손쉬운 것으로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적당히 술을 마시는 경우다. 신피질을 알콜로 마비시키는 원리다.
여기엔 예외가 있다. 상대를 의식해야 하는 긴장 속의 음주는 오히려 역효과다. 기분 좋은 친구와 기분 좋게 마시는 술이라야 한다.
또 하나는 레크리에이션. 적당한 운동이나 오락을 갖는 일이다.
그러나 건강에의 과민, 과보호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역설도 있다. 대범 평상심의 생활태도가 오히려 스트레스에 강하다는 얘기다. 세상도 좀 이런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사회자체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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