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문화원 방화때 숨진 장덕구군 어머니 홍길순씨 나이어린 피고인 중형받아 가슴아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의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던 11일 부산지법 제1호법정.
이날 법정을 꽉 메운 방청석 귀퉁이엔 문화원사건의 희생자 장덕구군(22·동아대 경영과 2년)의 어머니 홍길순씨(53)도 나와 중형이 떨어진 피고인 어머니 못지않게 밀려오는 슬픔에 어깨를 떨고 있었다. 『자식가진 부모마음이야 온세상 한가지 아니겠읍니까. 내자식 죽인 사람들이 녀무나 미웠고 그들이 어떤 벌을 받는지 긍금해 재판때마다 법정에 나왔지요. 막상 사형이 내려지고 죽음과도 같은 긴 징역을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니 나이어린 피고인 부모마음이 어쩌랴싶어 두갈래 모정이되어 울었답니다』 재판이 끝나고 부산시 괴정1동 782 집으로 돌아온 홍씨는 썰렁한 툇마루에 망연히 앉았다. 『덕구를 잃은지 오늘로써 1백일 입니다. 그동안 집안의 기둥뿌리가 뽑힌것 같고 산다는게 사는게 아니었지요』 지난번 결심공판때는 밤9시까지 재판을 지켜 보았다는 홍씨는 당돌하고 과격한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에 울분을 억제못해 귀가길에 기절할 정도였다고 했다.
『세월이 지나면 잊는다지만 거짓말인것 같아요. 허공에 떠도는 덕구의 혼이 듣는다면 그애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덕구는 아마 모든 원망과 저주를 잊고 그들을 용서하라고 할지도 모르지요』 장군이 죽던날 친구 허길숙양(24·동아대 회화과 4년)과 함께 중화상을 입고 아직까지도 치료를 받고 있는 김미숙양(23·동아대 회화과 4년).
김양은 내년1월에 l차 성형수술을 받는다. 지난 7월29일에는 미문화원측의 알선으로 서울 미8군 병원에서 종합진찰을 받기도 했다.
문화원측은 국내에서 성형수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미국에 보내서라도 치료를 시키겠다며 성의를 보이고 있다는 것. <김산=노주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