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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국인 아닌 세계인의 눈에 비친 일본인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l964년「이께다」(지전용인) 일본수상이 프랑스를 공식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나는 오늘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파는 한 세일즈맨과 만나게 되어있소.』
「드골」대통령은 바로 그「이께다」와 면담하기 직전 한 프랑스인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그 세일즈맨이 누군지는 밝힐 필요도 없다.
「맥아더」장군의 말이 생각난다. 일본에 점령군 사령관으로 7년을 머물렀던「맥아더」는 미국인들과의 사담에서『일본인의 정신연령은 12살 정도』라고 했다. 순진하고 귀엽다는 기분보다는 얼마쯤 깔보는 심정이 더 짙다.
『저팬 언마스크드』(가면 벗은 일본) 란 저서를 낸 일본의 노 외교관이 있었다. 「가와사끼」(하기일랑). 이 책에서 그는 일본인의 기질 가운데 유난히 코카서스인 (백인종) 에게만 갖는 열등감을 지적했었다. 일본 스튜어디스의 과잉친절 봉사, 칵테일파티장의 지나친 진수성찬, 논문의 망신적인 인용 등에서 그런 것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어려운 사태에 직면하는 그들의 자세도 특이하다. 2차대전이 끝나고 나서 일본인들은 적어도 공식문서엔「항복」이나「점령군」이라는 표현을 한마디도 남기지 않았다. 바로「가와사끼」의 말이다.「전쟁종결」이나「진주군」이 그 대용어였다.
미국인이 일본인 내면을 분석한 연구서도 있었다. 인류학자「루드·베니딕트」의『국화와 칼』. 일본 문화의 바탕은 동양적인 에토스이기 보다는 심미의 추구로 꾸며진 잔혹성이라는 것이다. 국화와 칼의 비유가 그것이다.
미국의 미래학자「허먼·칸」(허드슨연구소 소장) 은 일본인의 심리를 12가지로 분석했었다. ⓛ정치적으로 다원주의자 ②권위주의적 ③자기본위로 동화적 ④공동체 본위 ⑤계층적 ⑥전쟁을 로맨틱하게 본다 (7)심미적 ⑧기술개발능력 ⑨자기주장적 ⑩사유재산제의 고수 ⑪역사를 주체적으로 만든다 (12)이상상은 충실한 무사.
김소운 (작고) 은 일본에서도 이름난 우리나라의 문필가. 그의『목근통신』은 그의 체험적 일본론. 그 가운데 이련 예화가 있다.
-시멘트로 만든 나무기둥, 함석으로 된 대 (竹) 울타리는 확실히 진짜보다도 견뢰 (堅牢) 하고 오래갈 것입니다. 내가 지적하려는 것은 일본의 정치악이나 무슨 사원이 아니요, 이러한 사소한「거짓」들입니다-.
소운은 그런 사소한 거짓을「재간」이나「용한 꾀」로 칭찬하는 사람들에게 조소를 보냈다.
1977년 말 일본 외무성 정보문화국은 EC (유럽공동체) 국을 상대로 일본인의 이미지를 조사했었다. 그 중, 마이너스 이미지는 첫째 흉내 잘 내기, 그 다음이 폐쇄적인 것, 셋째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
「이사야·벤다산」이란 유대인의 일본인관도 인상적이다. 일본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네가지. 지진, 벼락, 불, 그리고 오야지 (윗사람).
한마디로 상식적인 판단을 불허하는 국민들이다. 요즘 역사교과서 왜곡과 그에 따른 일본인들의 대응자세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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