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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 관사 없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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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를 국민들에게 개방한 것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관사 역시 개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지자체장들이 선거공약 등에 따라 관사를 유아원 등의 공익시설로 전환하면서 대다수 지자체들이 폐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자치단체장의 관사는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는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인 만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단체장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관사가 있으면 편리한 점이 적지 않으며, 폐지하더라도 지역 실정에 따라 선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거세지는 폐지 요구=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관사 폐지 요구를 받고 있는 곳은 부산시와 경남.경북.충북.제주도 등이다.

지난달 1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북협의회는 도지사와 도내 15개 시장.군수 관사 폐지운동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3월엔 청주 경실련 등 충북도내 18개 시민단체가 도지사와 청주시장 관사를 공익시설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부산에선 참여연대가 시장의 관사 개방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으며, 경남의 경우 도의회에서 관사 폐지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관사 폐지론자들은 "과거 단체장 임명 시절에 새 단체장이 부임하면 임기 동안 머물 관사가 필요했지만 직선제로 바뀐 이후엔 이같은 필요성이 없어졌다"며 "규모가 큰 관사는 연간 유지비가 1억원이 넘어 예산낭비도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5일 현재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관사를 없앤 곳은 대전과 인천.울산 등 세곳이다.

◆필요성 제기도=긴급 보고나 결재 등을 수시로 처리해야 하는 단체장의 업무 특성상 퇴근 후 집무공간으로서 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외국 사절을 맞을 경우 지방정부 수장으로서의 품위와 권위를 유지하려면 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루 대부분을 비서진과 함께 보내야 하는 단체장이 아파트나 단독주택에서 거주할 경우 사생활이 상당부분 침해된다는 점도 문제라는 주장이다.

충북도 우혁성 총무과장은 "충북도내에 특급호텔이 한 곳도 없어 외국 손님 등 귀빈과의 만찬 장소로 지사 공관을 자주 사용한다"며 "지은 지 60년이 넘은 관사를 이같이 사용하는 것이 관사를 개방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송의호,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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