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정법에 상충되는 사회비호권 부인|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1심판결의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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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나라에서 드문 우방국가의 시설물에 대한 방확사건이었으며 특히 사제가 관련되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부산 미문화원방화사건은 관련피고인 16명전원에 유죄선고로 막올 내렸다.
앞으로 항소심이나 대법원 확정판결과정에서 새로운 법률적 판단이 내려질 것인지는 미지수지만 1심선고 결과를 놓고 볼때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무분별한 의식화학습이 결과적으로 국가안보를 저해했고 피고인들 본래의 뜻이 어떠했든지간에 그 방법에 있어서 인명을 살상하는 폭력을 사용했다는데 단죄를 내렸다고 볼수 있다.
법치국가에서 그 목적이 아무리 지고한 것이라 해도 폭력과 파괴의 방법이 용납될 수는 없다.
특히 서독의 「마인흐프」나 일본의 적군파, 이탈리아의「붉은여단」등과 같은 극좌테러조직의 파괴활동에 시달리고 있는 각국의 실정에 비추어 자칫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에 있어서 도시게릴라 대두의 조짐이 되는 것을 사법처방으로 예방하자는 해석도 있다.
재판과정에서 피신해온 사람을 숨겨준 것이 신앙상의 양심행위인가 아니면 실정법상의 범인 은닉인가를 놓고 법정논란이 되었던 최기식신부의 범인 은닉부분은 재판부가 형량참작을 했을 뿐 유죄로 판단함으로써 교회법상의 비호권 불인정이 선언되었다.
신부가 범인은닉혐의로 법정에 선것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있는 일이며 실정법상 범인은닉죄가 교회법상의 비호권과 대립될때 법원이 어떻게 다스리냐는 문제도 처음 있는 일인만큼 이번 사건은 우리 사법부의 흐름이나 종교사에 하나의 선을 그었다고 볼수 있다.
왜냐하면 이번 우리법원의 판결은 75년 2월 일본「다네야」(직곡) 목사사건의 판결례와 방향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네야」목사는 사건을 저지르고 교회로 숨어든 2명의 소년을 숨겨주었다가 범인 은닉혐의로 기소되었다.
당시 1심법원인 고오베 간이재판소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자기를 의지하고 찾아온 두소년의 헤매는 영혼구제를 위한 것이므로 목사의 목회활동에 해당하며 피고인의 업무에 속하는 것으로 정당업무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었다.
우리현법(제16조)도 목회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제의 목회활동이 정당업무 행위로서 위법성을 조각하는덴 업무자체가 정당해야하고 행위 또한 업무의 정당한 범위에 속해야 한다는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만 그 행위가 업무의 정당한 범위에 속하는가 아닌가는 사회공동생활의 질서와 사회정의의 이념에 비추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제의 외면적 행위인 목회활동이 공공의 복지나 국가이익으로 인한 제약을 받을 경우도 있고 그 제약이 때로는 사제의 내면적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가 한 인간을 국민으로서 파악하여 안녕과 질서·복지를 위해 국가권력을 행사하고 교회가 한 인간을 교인으로 보고 교회권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다.
이에 관한 학설의 추이는 대체로 『교회의 자유의 보장도 헌법이 구성한 전체질서 안에서 다론 실정법의 법익과 조정이 필요하며 예컨대 교회의 자율권과 국가의 정치적책임이 저촉될때 이는 당해국가의 기본이익이 우선한다』는 것으로 이번 최신부의 문제도 이런 관점에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특정사건의 평가에 앞서 많은 사람들의 바람은 국가나 교회나 모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추구하는 공동의 목적을 갖고있는 만큼 사제나 교인이 열린 마음을 가질수 있도록 국가는 조심스러워야 하고 교회는 예수가 지상의 왕좌를 마다한 깊은 뜻을 잊지말고 양떼를 올바로 이끌어야 된다는 것이다.
미문화원방화사건은 한미수교 1백주년을 맞아 양국의 이해증진과 혈맹으로서의 결속을 더욱 돈독히 할 계기에 발생한 불행한 사건이었다.
비록 그것이 피고인들의 강변이었지만 미군지휘관과 대사의 한국민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에 민족적 자존심으로부터의 경고였고 미국과 한국민간의 대등한 입장에서의 진정한 우호관계를 바랐다는 법정진술은 이 사건을 떠나 깊이 음미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판결이 준 교훈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어떠한 반국가적, 반사회적 혼란도 재발되어서는 안되겠다는 국민 의지를 한데 모아야겠다는 것이다.<고정웅기자>

<방화사건 일지>
◇3월
▲18일=하오2시쯤 부산미문화원 1층에서 화재발생, 장덕구군(22·동아대 경영과 3년)사망, 3명 중화상, 동시에 부산국도극장 3층, 유나백화점 6층에서 전단2백장 살포됨.
▲19일=광주미문화원 방화사건 주범 정순철을 용의자로 수배.
▲22일=부산대 학원소요 관련자 이호철을 용의자로 수배.
▲25일=고대학원소요 배후인물 박계동을 용의자로 수배.
▲28일=정순길 검거, 방화관련 없음.
▲30일=방화조 이미왕, 비라 살포조 최충언등 8명 검거, 문부식 김은숙 지명수배. 이철 검거.
◇4월
▲1일=방화조 김지식 검거. 문부식·김은숙 원주에서 자수.
▲2일=김현환 원주에서 연행.
▲5일=최기식신부·문길환·김영애 연행.
▲8일=최신부등 5명 구속.
▲17일=한국교회사회선교협회의 방화사건관련 성명발표.
▲21일=서울지검 박형규 목사등 성명서사건 관련 성직자 9명 환문.
▲22일=서남동·인명당 목사등 3명 추가 환문.
▲23일=환문된 성직자 전원 귀가.
▲29일=부산지검 16명(불구속 1명 포함) 기소.
◇6월
▲14일=1회 공판·경찰신문 시작.
◇7월
▲12일=5회 공판, 변호인 반대신문 시작.
▲23일=7회 공판, 증인 42명 채택.
▲30일=9회 공판. 증거조사 마침.
◇8월
▲2일=10회 결심공판, 문부식 김현섭에 사형 구형.
▲11일=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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