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올해도 반복된 수능 대혼란, 어쩌자는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해 수능 성적이 발표된 지 358일 만에 어제 성적 재사정이 이뤄졌다. 수능 출제·채점을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 오류로 드러난 세계지리 과목 8번 문항의 오답을 정답 처리하면서 9000여 명의 수능 등급이 올랐다. 교육부는 기존 정답을 표기한 수험생은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으며 점수가 상승한 수험생은 각 대학의 정원외 모집으로 합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이런 기대와 달리 수험생이 1년 가까이 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이 크다. 무엇보다 진학을 원했던 대학에 비해 점수가 낮은 대학을 하향 지원한 수험생은 구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수능에서 피해를 본 수험생 중 상당수가 올해 수능을 다시 치르는 등 입시에 재도전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구제 시기가 내년 2월로 상당히 늦다는 점이다. 이들은 결국 지난해 지망 대학의 추가 합격 결과도 기다리면서 올해 입시도 도전해야 하니 이중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평가원은 지난해의 잘못을 개선하기는커녕 올해 더 큰 사고를 일으켰다. 평가원이 올해 수학·영어 과목을 지나치게 쉽게 출제하는 바람에 자연계열 수험생은 변별력을 상실했다고 아우성치고 있고, 영어 등의 과목에선 출제 오류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수험생 입장에선 어느 것 하나 분명한 게 없는 피 말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사상 최악의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와 평가원이 지금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지난해와 올해 수능 혼란으로 빚어진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대학이나 대학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공조해 입시 일정을 좀 더 앞당기는 등 처리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 일단 세계지리 성적 재산정 결과를 조속히 대학에 통보해주고 대학도 이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합격자를 서둘러 발표해야 한다.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는 수능 오류 정정도 서둘러 매듭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