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人] 말레이시아 총리 부인 엔돈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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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아하다. 말레이 전통 의상 '뇨냐 케바나'는 그의 차분한 분위기와 자연스레 하나가 된다. 엔돈 마무드 (64.사진)여사.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의 부인이다. 그러나 그가 유명한 것은 퍼스트 레이디로서가 아니다. 말레이시아 국민들은 그를 '가족 사랑 운동가' '아동보호 운동가' 그리고 '사랑 전도사'로 기억한다.

엔돈 여사가 가장 힘을 쏟는 부분은 가족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일깨우는 일이다. 영국의 오랜 식민지를 거친 말레이시아는 동양권이면서도 가장 서구적인 지역이다. 그런 탓(?)인지 가족 간 유대가 느슨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엔돈 여사는 바로 이 점을 파고들었다. "가족은 국가와 사회의 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강연을 통해 가족의 역할과 의미를 강조하고 가족 사랑 사례 발표회를 열고 있다.

그가 이처럼 가족관을 중시하는 것은 일본인 어머니의 교육 덕분이다. 엔돈 여사는 일본인 마리암 압둘라(일본명.오바다 기미에(小畑きみえ.81) 여사와 말레이시아인 광산 기술자 마무드 암박 사이에서 태어났다.

엔돈 여사는 최근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항상 남편과 가족에 최선을 다하는, 전통적인 일본의 전업주부였다"고 밝혔다. 엔돈 여사가 '뇨냐 케바나'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 열심인 것도 이 옷에서 말레이시아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총각 압둘라를 처음 만난 것은 1964년. 당시 압둘라는 공무원이던 그의 상사였다. 우아한 혼혈 미인에 끌린 압둘라가 적극적으로 접근했고, 이들은 한 해 뒤 결혼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가 일본과 한국을 모델로 한 '동방을 보자(Look East)'는 정책을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 총리부 장관이었던 압둘라 바다위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훨씬 일찍부터 동방을 보는 데 이골이 난 사람"이라는 농담을 하곤 했다. 엔돈 여사에 대한 사랑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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