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젊은층에 귀기울여야"

중앙일보

입력

미국은 지난해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불거진 한국의 반미감정에 대처하기 위해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코리아 소사이어티(이사장 도널드 그레그)가 5일 지적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곧 발간될 '한국의 반미감정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미국 정부가 주둔군 지위협정(SOFA)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등 한.미 관계를 위한 열 가지 충고를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조지타운 대학이 지난 1월 말 워싱턴에서 한국의 반미감정을 주제로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공동 주최한 세미나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다음은 보고서 요약.

공식적으로 한국과 미국관계는 공고한 편이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 문제를 포함, 상대방을 21세기의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관계의 공식적 외피를 한꺼풀 벗겨내면 그 밑에는 상당한 수준의 반미감정이 존재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는 지난해 여중생 사망 사건이 보여주듯이 연령.계층.교육.정치적 성향에 따라 미국에 대해 복잡한 감정이 존재한다.

최근의 한국 내 반미감정은 구조적, 역사적, 그리고 한.미 동맹관계 관리 실패라는 세가지 요인이 뒤엉킨 결과물이다.

구조적 차원에서 미국은 냉전종식 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등장했다. 많은 한국인은 냉전 후 미국의 행동을 '오만'이나 '일방주의'라는 프리즘을 통해 이해한다. 동시에 미국과 미국 정책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광범위한 몰이해와 오해도 존재한다.

역사적으로는 1980년 5월 발생한 광주 민주화 사태가 물밑에 있던 한국의 반미감정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이어 90년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 사회는 주로 '쌀개방''반덤핑'등의 통상마찰을 통해 미국을 이해한 측면이 있다. 또 평양에 대한 '감상적 민족주의'가 한국 내 반미감정을 부추겼다.

여기에 양국 간 동맹 관리 실패와 강경 일변도인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한국의 반미감정을 분출시키는 계기가 됐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는가 하면, 한국의 햇볕정책을 평가절하함으로써 한국 내 반미감정을 악화시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발생한 여중생 사망 사건에 대한 미 군사법정의 무죄판결은 한국의 반미감정에 불을 붙였다.

부시 대통령 시절 한.미 관계는 여중생 사건 등 갖가지 악재(惡材)로 인해 악화했다. 더욱 아쉬운 점은 미국 측이 좀더 세심하게 관리했더라면 대부분의 악재는 사전에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원기 기자brent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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