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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어르신들 더위 조심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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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더위가 절정에 달하면서 노인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 더위가 심해지면 소모성질환자나 체력이 약한 노인의 사망이 늘어난다.

2003년 여름, 유럽을 휩쓴 폭염으로 노인 사망자가 급증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프랑스에서만 8월 초부터 보름에 걸쳐 1만1500여 명이 사망했으며 이중 80% 이상이 75세 이상 노인이었다.

노인이 더위에 취약한 가장 큰 이유는 노화로 인해 체내 구성성분이 변하기 때문. 서울대병원 노인병센터 김광일 교수는 "노인이 되면 지방량 증가, 근육량 감소 등과 더불어 체내 수분량이 10% 이상 줄어 더위에 노출되면 쉽게 탈수 상태에 빠진다"며 "특히 신장이나 심혈관계 지병이 있을 땐 상태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지기능이 떨어지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탈수 신호인 갈증이나 더위에 즉각 대처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특히 뇌졸중으로 체온조절 중추가 있는 시상하부가 손상된 경우 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날씨가 더워지면 우리 몸은 땀 분비, 혈관 확장, 맥박 감소, 소변량 감소를 통해 정상 체온을 유지하려고 한다. 만일 이런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지 못하면 열 경련→열 피로→열사병 등 열증후군에 쉽게 빠진다. 열 경련은 탈수로 인해 수분.염분이 소실되면서 근육에 경련성 통증이 나타나는 상태. 이를 방치하면 피로.갈증.어지럼증.두통.실신 등 열 피로로 진행한다. 여기서 더 시간을 끌면 체온조절 능력이 없어지면서 체온이 41도 이상 올라가는 열사병에 빠진다. 김 교수는 "열사병은 즉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는 의학적 응급상황"이라며 "열경련 상태에서 즉각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더위를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시원한 환경을 만들고, 충분히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옷은 얇게 입고 부채.선풍기.에어컨 등을 최대한 활용할 것. 만일 집에 냉방 시설이 부족하다면 대낮에 관공서.은행 등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열대야가 계속될 땐 자주 샤워를 하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준다. 물은 하루 10잔 이상 마시고, 땀으로 소실되는 염분 보충을 위해 가끔 이온 음료수를 섭취한다. 신체활동은 온.습도가 가장 낮은 새벽시간을 이용해야 한다. 노인에게 이열치열식 여름극복은 절대 금물이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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