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시즌 맞아 승객 배로 늘자 곤욕 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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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내선 비행기 타기가 짜증스럽다. 해마다 늘어나는 비행기 이용객으로 서울∼부산, 서울∼제주 등 주요 국내노선에는 오래전부터 A700(승객수 2백39석), B007(승객수 1백53석), B727(승객수 1백55석)등 대형제트여객기를 투입, 편당 승객처리양이 크게 늘었으나 탑승절차에 필요한 시설과 요원보안검색 스타일등은 제자리걸음을 하고있어 국내선승객 푸대접이란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면서 평소보다 배가 넘는 하루 6천여명의 승객이 국내선 항공기로 몰려들고 있으나 더딘 수하물 절차, 까다롭고 느린 보안검색, 구태의연한 촉수 신체검사, 부족한 창구인원 등으로 실제 비행시간과 절차시간이 맞먹는 실정.
이와같은 국내선 푸대접은 관계기관의 탑승절차개선책 강구 등의 노력이 없기때문이지만 공항관리공단의 시설투자가 국제선 위주로 되어있는 것도 주요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속초·진주·여수 등 7개 도시에 운항하는 국내선은 1주일에 1백44편으로 출항객수는 모두 1만9천∼2만여명. 국제선 출국객의 70%나 된다.
그러나 승객들의 짐을 검사하는 X선투시기는 국제선 출국장에 4개(시간당 대당 1천개처리)가 설치돼 있는데 비해 국내선은 고작 1대(시간당 1천2백개처리)로 국내선 이용객들은 짐을 부치는데서부터 곤욕을 치른다.
부산·제주행 국내선이 10분∼20분간격으로 출발하는 상오 10시대와 하오 3시∼하오 6시대는 화물절차와 좌석배정을 받는데만도 보통 20∼30분 정도가 걸린다.
지난달 15일 하기 피서객수송기간이 시작되면서는 하루 2∼4대의 항공편이 부산·제주에 증편되고 승객 3백여석의 B747 점보기까지 국내선에 투입되면서 수하물검사대합실엔 보통 1백∼2백명씩의 탑승객이 장사진을 이룬다.
지난 1일 가족들과 함께 부산으로 피서길에 나섰던 K모씨(32·회사원)는 『항공사의 좌석배정창구가 단 한군데에 화물검사도 한군데여서 이 두군데를 거치는데만 20분 이상이 걸렸다』며 『신체보안검사를 받고 탑승전 대기시간까지가 부산가는 50분과 맞먹었다』고 말했다.
신원확인·탑숭칠차 …
신원확인은 내국인의 경우 주민등록증, 외국인이나 재외교포는 여권 이외에는 인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탑승절차과정에서 시비가 잦다.
지난달 6일 급한 회사업무로 부산까지 당일치기 출장을 가기위해 국내선을 이용하려던 황사석씨(40·서울 정능동)는 주민등록증을 소지하지 않아 회사신분증을 제시했다가 『어느나라 국민인데 주민등록증도 없이 비행기를 타려했느냐』는 핀잔만 듣고 발길을 돌려 열차편을 이용해야 했다.
또 기내 카메라 휴대금지도 잦은 시비의 요인.
국내선에서는 필름을 빼고 휴대하든지 카메라를 수하물로 위탁토록 되어있어 상당수의 승객들이 보안검색중 카메라를 꺼내 필름올 빼는 등 소동으로 시간은 더욱 적체되게 마련이다.
신체검색
현재 국내선탑승장에는 남자용 검색대 2대와 여자용 검색대 1대가 설치돼 있으나 남자용은 주로 한군데만 사용하고 있다. 남자용검색대의 경우 신원확인과 탑승절차를 마친 뒤 주머니속의 소지품을 몽땅 플래스틱검사통에 털어넣고 금속탐지기를 통과, 검색원으로부터 촉수검사를 받아야 한다.
승객들의 불평은 금속탐지기검사에 온몸을 더듬는 촉수검사까지 하면서 소지품을 몽땅 털어내 또 조사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
지난달 15일 오랜만에 친정을 찾아 입국한 홍콩교포 이희영씨(35·여)는 친정이 있는 부산으로 가기 위해 다음날인 16일 국내선을 이용했다.
사방이 가려진 여자검색실에 이씨가 들어서자 여자검색원은 한마디 양해도 없이 이씨의 핸드백을 거꾸로 들어 소지품을 플래스틱통에 털어넣고 확인을 해 할말조차 잃었다.
검색원은 브러지어속에서 엉덩이 부분까지 겉옷 위로 샅샅이 더듬었기 때문.
국내선 대합실의 장사진. 휴가철을 맞아 승객은 평소의 2배나 늘었으나 단 한군데뿐인 화물검사장에서 정검사를 받느라 숭객들은 비지땀을 흘리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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